“열처리로 미세기공 생성”…연구재단, 고성능 CO₂ 분리막 실증 → 친환경 공정 전환 가속
이산화탄소(CO₂) 포집 공정의 판도를 뒤흔들 기술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서강대학교 이종석 교수팀 주도로, 간단한 열처리만으로 CO₂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고성능 고분자 분리막 개발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 분리막 대비 투과성과 선택도 모두를 높이면서도 장기 안정성까지 확보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CO₂ 포집 비용 혁신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연구를 “친환경 공정 대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종석 교수팀이 개발한 외부 유래 미세다공성(Microporous) 고분자 분리막(EMPM)은 기존의 꼬인 고분자 사슬이 자연적으로 미세기공을 만드는 방식과 달리, 외부 공정에서 고분자 사슬을 다시 배열하는 과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영구적이고 견고한 미세기공을 구현한다. 연구팀은 불소를 포함한 방향족 고분자를 열처리하면서 선택적 탈불소화 현상을 유도해, 고분자 사슬 내 불소 원자를 제거하고 반응성 라디칼을 발생시켰다. 이 라디칼이 사슬 간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 3차원 네트워크를 구축, 미세한 기공이 일정하게 형성된 분리막을 완성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 고분자 분리막의 고질적 한계였던 ‘투과도-선택도 트레이드오프(trade-off)’ 문제와 물리적 노화 및 안정성 저하 문제를 동시에 극복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분리막을 속이 빈 섬유 형태인 ‘중공사막(hollow fiber)’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도 성공, 현실 산업 공정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 분리막은 CO₂ 분리뿐 아니라 석유화학, 수소 생산, 미세환경 제어 등 다양한 친환경 분리공정의 핵심 기반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실제로 저온인 영하 20℃ 환경에서조차 뛰어난 CO₂ 분리 성능을 보였다는 점이 낮은 온도의 실사용 환경을 필요로 하는 배터리·수소 생산 등 첨단산업 현장에 큰 실용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막 분리공정의 경제성과 실효성, 그리고 안정성이 친환경 산업 전환의 관건으로 대두돼 왔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다양한 차세대 분리막 기술이 경쟁 중이나, 이번 연구와 같이 후천적 미세기공 구현 방식에 기반한 간소한 공정·장기간 고성능 유지 실증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분리막 소재 기술의 산업화에는 여전히 소재 인증 및 안전성 검증, 대규모 공정 적합성 등의 규제 검토가 따라야 한다. 중공사막 형태의 대량생산 실증이 이뤄진 점은 세계적인 분리막 인증 및 산업표준화 정책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재단 측 관계자는 “비다공성 유리질 고분자에 간단한 열처리만으로 미세기공을 형성하는 새로운 방법이며, 저온 CO₂ 포집공정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EMPM 기반 분리막이 상용화되면, CO₂ 저감과 에너지 고효율 분리공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산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