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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클라우드 원팀 전략”…과기정통부, AI 3대 강국 도약 청사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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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클라우드가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재조명되며 정책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처음으로 데이터와 클라우드 진흥 행사를 하나로 묶어 개최하면서, AI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전략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궤도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연산 수요와 데이터 활용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데이터 클라우드 진흥주간을 연다고 발표했다. 행사 기간 동안 데이터와 클라우드 정책, 기술, 산업 동향을 한 자리에서 공유하고 민관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데이터 진흥주간과 클라우드 진흥주간을 통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AI 패권 경쟁 심화에 대응해 두 영역을 하나의 전략 축으로 엮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데이터가 AI 모델의 성능을 좌우하는 연료이자 자산이고, 클라우드는 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연산 인프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확산으로 초거대 데이터셋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정책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를 분리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와 클라우드 전략을 연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태다.

 

첫날 개막식에서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분야를 대표하는 7개 유관기관이 참여해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AI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기관명과 세부 과제는 단계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나,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자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 역량을 공유해 민관 합동의 팀 코리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 데이터의 연계 활용, 클라우드 전환 촉진, AI 서비스 실증 확산을 동시에 가속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개막식 직후 진행된 기조 강연은 데이터와 클라우드의 기술적 진화 방향을 짚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최예림 이화여대 교수가 AI와 데이터의 나선형 진화, 빅데이터에서 딥데이터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딥데이터 개념은 단순히 데이터 규모를 키우는 수준을 넘어, 정제된 고품질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이 결합된 심층 데이터로 AI 성능을 끌어올리자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내에서도 데이터 양 중심 투자에서 품질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김동훈 NHN 클라우드 대표가 AI 시대의 미래형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발표했다. GPU 중심의 고성능 연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대규모 데이터 입출력에 최적화된 네트워크 구조, 전력 효율과 냉각 기술까지 통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상이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AI 워크로드 특성에 맞는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행사 둘째 날부터는 구체적인 사업과 인프라 사례를 공유하는 세션이 이어진다. 디지털서비스 서밋 2025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요구하는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서비스 수요와 공급 전략이 논의된다. 데이터 안심구역 성과발표회에서는 민감정보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안 환경에서의 데이터 분석 사례가 공유될 예정이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데이터 활용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한 한국형 모델의 진전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AI 바우처 사업 성과공유회에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도입하고 실증한 사례가 소개된다. 특히 제조, 의료, 유통 등 전통 산업에서 AI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와 결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성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데이터플랫폼 통합 컨퍼런스에서는 공공 데이터 인프라의 역할, 민간 데이터 플랫폼과의 연계 방안,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 전략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주권과 클라우드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은 민간 빅테크를 중심으로, 유럽은 데이터 공유 규범과 규제 체계를 중심으로, 중국은 국가 통제형 데이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전략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있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설정한 만큼, 데이터 개방 범위, 클라우드 규제 수준, 국산 인프라와 글로벌 서비스의 역학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정책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데이터 활용과 클라우드 확산에는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클라우드 전환 과정의 안정성 같은 규제 이슈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안심구역 등 안전 장치를 전제로 민감한 데이터를 통제된 환경에서 활용하는 모델은 규제와 산업 활성화 사이의 절충안으로 기능할 여지가 크다. 다만 의료 데이터, 금융 데이터 등 고위험 영역에서는 추가적인 법제 정비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진흥주간 통합이 상징적 이벤트를 넘어, 실제 사업 기회와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지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와 인프라를 분리된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 가치사슬로 보고 정책과 투자를 설계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품질 제고와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가 맞물려야만 AI 서비스의 신뢰성과 확장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규정하며, 이번 진흥주간을 계기로 업계 전반의 소통과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 같은 정책 신호가 실제 투자와 규제 정비로 이어져, AI 데이터 클라우드 생태계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 규제와 산업 전략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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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데이터클라우드진흥주간#ai3대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