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임상시험 규제과학"…식약처, 혁신전략 논의로 제도 전환 모색
디지털 기술이 임상시험의 설계와 수행, 데이터 수집 방식을 바꾸는 흐름이 국내 규제 논의의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과학 혁신 포럼을 통해 디지털 임상시험의 제도적 방향성을 다루면서, 국내 의료제품 평가체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분산형 임상시험과 디지털의료기기 평가 기준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규제과학센터와 함께 디지털 기술과 임상시험 패러다임 혁신 전략을 주제로 제12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을 2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연다. 2021년 시작된 규제과학 혁신포럼은 식품과 의료제품 전 분야에서 규제과학의 개념을 확산하고, 신기술에 맞는 평가·심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 논의의 고정 창구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임상시험 현장에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규제과학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앱 등 디지털 도구가 임상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활용되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임상시험 구조와는 다른 위험요인과 품질관리 과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평가 기준과 가이드라인 고도화 전략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세션에서는 디지털의료기기 임상시험 규제 동향과 전망이 우선 공유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업데이트, 소프트웨어 버전 변경처럼 디지털의료기기에 특화된 변수들이 임상 설계와 검증 방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 절차와 사이버보안 위험을 반영한 평가 항목 설정 등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분산형 임상시험 국내 도입 현황과 발전 방향도 별도 주제로 다뤄진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대형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지역 병원이나 가정에서 원격 모니터링과 모바일 설문, 웨어러블 데이터 전송 등을 통해 연구에 참여하는 형태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이 방식이 환자 모집 속도를 높이고 탈락률을 줄이는 수단으로 확산돼 왔으며, 특히 희귀질환·만성질환 분야에서 참여 문턱을 낮추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인프라 측면의 제약이 적지 않아 규제 명확화와 표준화가 과제로 지적돼 왔다.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를 위한 국내외 동향도 포럼에서 함께 논의된다. 대형 연구중심병원에 집중돼 있는 임상시험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기반 의료기관과 연계해 분산형 임상시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 위치와 무관하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와 맞물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한편 임상 데이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거론된다.
이번 행사는 의료제품 분야 규제과학 관련 산학연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2025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학술대회와 연계해 열린다. 학술대회에서 제기되는 현장 연구자와 기업의 요구가 포럼 논의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임상시험 가이드라인과 평가체계 설계에 보다 구체적인 제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 생중계로 참여 채널을 넓혀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번 포럼을 첨단 디지털 기술 기반 의료제품 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규제과학 전략을 논의하는 소통의 장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규제과학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포럼에서 다뤄질 논의가 향후 디지털의료기기 임상, 분산형 임상시험, 원격 데이터 수집 등과 연계된 세부 지침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규제과학 체계와 산업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