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은행은 더 높은 가격 원해”…리플XRP, 단기 급락 넘어 금융 인프라 시험대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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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리플XRP(엑스알피)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 시세 변동에 민감한 소매 투자자와 달리,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자금을 다루는 은행과 기관투자가는 자산 이동 효율성과 시스템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어 시각 차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오전 암호화폐 분석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리플XRP 가격 급락에 대한 단기 차트 분석보다,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중심에 둔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은행과 지급결제 네트워크는 국경 간 송금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유동성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가총액과 주문 깊이를 확보한 자산만을 실무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플XRP는 미국(USA)과 유럽(EU), 중동 등지에서 일부 송금업체와 금융기관이 시범적으로 활용해 온 디지털 자산으로, 기존 국제 송금망의 높은 수수료와 느린 정산 속도를 개선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리플 측은 그간 XRP를 활용한 온디맨드 유동성(ODL) 서비스로, 은행 간 실시간 정산과 외환 전환 비용 절감을 제안해 왔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네트워크가 처리해야 할 총 거래 규모에 비해 토큰 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동일한 가치를 이동시키기 위해 더 많은 수량의 자산이 필요해져 운영상의 비효율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국제 송금 시장은 스위프트(SWIFT) 기반의 은행 간 메신저 시스템을 통해 수일에 걸쳐 자금이 이동하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USA)과 유럽(EU)을 중심으로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결제 인프라에 편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검토에 나서면서, 리플XRP와 같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와 용도가 국제 금융 질서 재편 논의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적 공방 이후 리플XRP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은행들은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유동성 규모 확대를 전제 조건으로 협력 범위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리플XRP 가격이 단기간 크게 흔들리더라도, 기관 투자자와 은행에게 중요한 기준은 변동성 자체가 아니라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과 신뢰도라고 분석한다.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 시가총액이 커지면, 대규모 주문이 체결돼도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돼 결제 시스템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시총이 작고 주문 장이 얇은 자산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출렁여 회계 처리와 리스크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리플XRP가 아직까지 글로벌 은행권에서 본격적인 채택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만큼, 가격 수준 자체보다 규제 환경과 기술 신뢰성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히 일본(Japan)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송금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은행망과 디지털 자산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도하고 있어, XRP가 반드시 단일 표준으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블록체인 기반 결제 솔루션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국제 여론과 주요 매체들도 리플XRP를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금융 인프라 실험의 한 축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경제지와 유럽 주요 일간지는 암호화폐 겨울이라 불리는 장기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특히 송금 수수료와 환전 비용이 높은 중남미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국경 간 결제 인프라 혁신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지적한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리플XRP 가격이 단기적으로 어떠한 방향을 보이더라도,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편입될 수 있을지 여부는 규제 명확성, 대형 금융기관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네트워크 신뢰성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송금과 결제 분야의 구조 개편 논의는 중단되지 않고 있어 리플XRP를 둘러싼 공방도 장기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리플XRP가 실제 금융 시스템 속에서 어느 수준까지 활용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격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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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xrp#은행#암호화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