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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직속 핵잠 국책사업단 설치해야"…전문가들, 속도전 필요성 제기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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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 도입 방향을 둘러싸고 전문가들과 정부가 맞붙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구체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정국 안보 의제가 다시 부상하는 모양새다.  

 

8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정책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핵잠 사업의 추진 체계와 법적 기반을 둘러싼 제언이 잇따랐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발제문에서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추진될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실 직속 국책 사업단을 조기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잠 도입을 위해 핵연료 확보, 원자로 제작, 선체 설계 및 건조 등 세 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근식 특임교수는 "핵연료 확보, 원자로 제작, 선체 설계 및 건조의 세 축이 동기화돼 진행돼야 한다"며 "어느 하나라도 일부 지연되면 전체 일정은 수년 단위로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실 직속 사업단을 조기에 설치해 "부처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핵추진 잠수함은 조선, 원자력, 국제조약, 군사작전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국가전략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회 차원의 안정적 예산 확보, 부처 간 충돌 최소화, 외교와 규제의 조기 조율이 없다면 이 로드맵은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핵잠 사업이 부처 이기주의와 예산 변동성, 외교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윤정상 LIG넥스원 전문위원도 추진 구조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인도는 해군이 주관해서 핵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했는데 30년이 더 걸렸다"며 인도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정부 내 부서들의 규제와 간섭, 비협조 등을 극복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고 설명하며, 조속한 시일 내 범정부적 국책 사업단을 조직하고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이 콘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확산금지체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 전략 필요성도 제기됐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당시 한국 측 협상대표를 맡았던 박노벽 전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는 미국 내 여론과 의회 동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의회 내 한미 핵잠 협력 지지그룹 결성 등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안을 거론하며 비확산 우려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기술·외교 복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핵추진을 담당하는 원자로와 동력장치, 그리고 핵연료 문제는 국제 비확산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확보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핵심 영역"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투명하게 소통하고 주변국의 불필요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핵잠 사업 추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 측도 핵잠 확보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핵잠 확보는 자주국방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중대한 과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핵잠 도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규백 장관은 민관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이라며 "핵잠은 다양한 분야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민간기업, 연구기관, 대학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잠 사업을 군과 방산업계를 넘어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결집하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과 정부,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대통령실 직속 사업단 설치, 특별법 제정, 국제사회와의 소통 전략을 한목소리로 제시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와 정부 조직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와 관계 부처가 구체적인 추진 체계를 마련하면, 국회는 관련 특별법과 예산 심사를 둘러싼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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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김성배#핵추진잠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