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페인 투자사 지분 100%로 확대…네이버, 9천728억원 출자전환 추진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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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법인을 통한 유럽 사업 확장을 추진해 온 네이버가 현지 투자 계열사의 지분을 전량 확보하며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자금으로 집행된 대여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장기 성장성을 염두에 둔 투자 회수·재배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16일 공시를 통해 스페인 투자 계열사 NW HOLDINGS INTERMEDIA, SOCIEDAD LIMITADA의 주식 5억6천270만7천374주를 약 9천72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네이버의 해당 법인 지분율은 100%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2026년 3월 30일로 제시됐다.

네이버는 이번 거래가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 왈라팝 인수대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대여 후 출자전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스페인 투자 계열사에 9천728억원을 먼저 대여한 뒤,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출자전환을 진행해 추가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다. 사실상 현금성 대여를 자본으로 전환해 계열사 재무구조를 정비하는 동시에, 왈라팝 인수를 비롯한 스페인·유럽 사업의 거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스페인 법인 지분을 100%로 끌어올리면서 유럽 커머스와 리커머스 분야에서의 장기 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인수 이후 추가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경영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가져갈 수 있고,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나 지분 매각, 상장 등 다양한 옵션도 열어둘 수 있어서다.

 

다만 출자전환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네이버의 투자 부담 확대에 대한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플랫폼 규제 환경을 감안할 때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스페인과 유럽 리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손실 확대 리스크도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이번 결정을 플랫폼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지역 분산 전략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국내와 일본에 집중된 트래픽과 수익원을 스페인과 유럽 전역으로 넓히려면 현지 핵심 자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럽 리커머스 시장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인수 이후 통합 과정에서 수익성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왈라팝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과 구조 정비를 마무리한 뒤,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수익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시장에 설명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유럽 사업 실적과 글로벌 전략 업데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향후 정책과 시장 환경, 유럽 소비 트렌드 변화가 네이버의 글로벌 플랫폼 전략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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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nwholdingsintermediasociedadlimitada#왈라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