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따라 처벌하면 된다"…더불어민주당, 통일교 금품 의혹에 신중 대응
통일교의 2022년 대선 전후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이 원칙론을 앞세우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른 처벌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섣부른 방어가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속에 정국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최근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도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속칭 지라시와 정보지 등을 통해 여권 정치인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전체 구조와 자금 흐름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치권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공식 기조를 정리했다. 그는 "민주당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게 있다면 그대로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며 "숨기고 덮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 차원의 조직적 방어보다는 사법 절차를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향후 대응 절차와 관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재판에서 어떤 이름을 얘기하는지 봐야 하고, 당 지도부가 내부 절차에 따라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하든 어떤 조치가 있을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통일교 연루 정황이 드러날 경우 당 윤리감찰 기구를 통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 하는 종교단체는 해산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를 윤영호 전 본부장에 대한 겁박으로 규정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정교분리 원칙 위반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무리한 방어를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재선 의원은 "사실을 모르고 덤벼들었다가 낭패 보는 것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통일교 관련 정황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고려해, 정치적 방패막이보다는 사실 확인에 무게를 두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통일교 지원 의혹이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일부 인사에게까지 번질 경우, 이른바 내란 청산 작업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차 종합특별검사 도입을 거론하며 여권 책임을 부각하고 있으나, 과거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야당만 선택적으로 겨냥했다는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당내 일부 인사들은 오히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국 불신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죄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건태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국가수사본부에서 빨리 수사하고,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 확대를 통해 통일교와 정치권의 연결 고리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는 요구다.
통일교 연루 가능성에 대한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깨끗하니 민주당에도 통일교 검은 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공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야권 내부의 부적절한 인연까지 포함해 전면 정리를 해야 정국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전반에선 통일교 금품 의혹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실명과 자금 흐름, 의사결정 관여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여야 모두 도덕성 검증대에 오를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과 국가수사본부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결과가 확인되는 대로 윤리감찰단 등 당내 기구를 가동해 자체 조사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향후 회기에서 특검 도입 여부와 관련 입법 논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