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만 원 선 공방전”…한국전력, 해상풍력 호재에도 송전망 갈등에 박스권 장세

이소민 기자
입력

16일 한국전력 주가가 해상풍력 준공과 AI 전력망 실증이라는 미래 성장 모멘텀에도 주요 송전선로 건설 지연 우려가 맞물리며 5만 원 선에서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 성과와 인프라 갈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신사업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송전망 갈등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향후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오후 장중 기준 한국전력 주가는 전일 대비 0.20 상승한 50,100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는 50,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52,300원까지 올라섰지만 차익 실현 매물에 밀리며 5만 원 안팎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거래량은 약 317만 주 수준으로 최근 대비 과열되지 않은 흐름 속에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횡보하는 모습이다.

한국전력[01576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한국전력[01576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시장에서는 이번 주가 흐름을 두고 에너지 전환 성과와 송전망 갈등이 맞서는 구도라고 평가한다.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제주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 준공은 한국전력이 전통적인 전력 판매를 넘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국산 NPU를 활용한 AI 전력망 실증 사업 추진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전력망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 스토리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수도권 전력 수급과 직결된 신계룡 북천안, 새만금 등 주요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지자체와 지역 주민 반발로 지연되는 상황은 주가의 상단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허가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보상비용과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한국전력 재무 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변압기 입찰 담합 의혹 등 공급망 관련 잡음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변수로 언급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뚜렷한 방향성 있는 매매는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개인과 국내 기관 간 손바뀜이 두드러지고 있다.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주요 외국계 창구는 관망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한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전체에서 외국인이 9,000억 원대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전력 주가는 보합권에서 버티며 상대적인 하방 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종 업계 내에서 한국전력의 주가 방어력도 눈에 띈다. 계열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가 각각 4.23, 1.31 내림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전력은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기록하며 대형주의 안정성을 부각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57.47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19위, PBR 약 0.5배 수준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구조적인 하방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흑자 기조 안착이 진행 중이다. 2023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적자 국면에서 벗어나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은 약 8조 3,600억 원, 2025년에는 14조 8,3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2025년 예상 EPS가 164원으로 2024년 229원 대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익 체감도와 주당 수익성 측면에서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2024년 약 14.8배 수준인 PER이 2025년에는 70.87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되면서, 이익 규모 확대와 별개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상풍력 사업은 한국전력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이끄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 단지는 100MW급 규모로, 연간 약 6만 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국산 기자재를 100 활용한 점은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공기업으로서 ESG 경영 성과를 가시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AI 전력망 실증 사업 역시 전력 수요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개발 NPU 기반 인공지능을 배전망 운용에 접목해 수요 예측과 설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향후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이 같은 신사업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전력의 수익 구조 다변화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적지 않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면,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데이터센터 유치 등 국가 전략산업 투자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은 송전선로 건설이 지역 간 갈등 이슈로 번지는 상황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공기업의 투자 비용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전력망 확충 특별법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보상 기준 명확화 등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면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과 AI 전력망 사업의 성과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50,000원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등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술적으로는 당일 고점 인근인 52,300원대 매물 소화 여부가 단기 추세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송전망 특별법 처리 상황, 전력 수요 증가 속도, 신재생 에너지와 AI 전력망 사업의 수익성 가시화 정도 등이 주가 리레이팅의 조건으로 거론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2025년 예상 EPS 감소와 PER 급등이 밸류에이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송전선로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비용 발생과 투자 집행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와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 지역 갈등 조정 방안에 대한 뉴스 흐름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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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제주한림해상풍력#전력망특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