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33.6% 축소”…일본(Japan), 7개월째 수출 부진에 대미 의존도 시험대
현지시각 기준 21일, 일본(Japan) 재무성이 발표한 10월 무역통계 속보치에서 일본의 대미(對미국·USA)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대미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하며 양국 교역 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통계는 일본 경제의 수출 의존 구조와 대미 편중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10월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5천294억엔(약 4조9천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3.6% 줄었다.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1조7천540억엔(약 16조4천억원), 대미 수입액은 20.9% 증가한 1조2천246억엔(약 1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일본의 대미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도, 수입 증가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 흑자 폭을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관세를 지렛대로 동맹국과의 무역 재협상을 압박해 왔고, 일본 역시 자동차와 첨단 장비를 중심으로 그 영향을 받아 왔다. 일본 정부는 관세 인하와 협상 국면에서 미국(USA) 시장 접근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통계상으로는 여전히 흑자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미국의 통상 압박 국면마다 자동차·전자 등 주력 품목에서 조정을 겪은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9월 10%를 웃돌았던 대미 수출 감소율이 10월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다고 분석하며, 수출 감소 흐름 속에서도 감소폭이 일부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감소세 자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입이 크게 늘어 대미 흑자 축소라는 구조적 압박은 완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기조가 겹치며 수출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품목별로 보면 10월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4천607억엔(약 4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 줄었다. 같은 기간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는 11만9천28대로 0.9% 감소에 그쳐, 가격·고부가 차량 비중 조정이나 환율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대미 자동차 수출액 감소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 4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9월 16일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한 조치가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에 가해지던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자동차 외 품목에서는 부진이 심화됐다. 대미 수출 가운데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6% 급감했고, 의약품 수출액도 30.8% 감소했다. 주요 첨단·헬스케어 품목에서 동반 약세가 나타나면서 일본의 대미 수출 구조가 자동차 편중으로 더욱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사이클 조정과 헬스케어 지출 구조 변화가 일본 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대미 교역과 별개로 일본의 전체 무역수지 역시 개선 기미를 뚜렷하게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10월 전체 무역수지는 2천318억엔(약 2조2천억원) 적자로 집계돼,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졌다. 10월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3.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도 0.7% 늘어나면서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환율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입 비용을 떠받치는 가운데,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국제 매체들은 일본의 최근 통계를 미중 경쟁,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 나타난 구조적 조정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요 일간지와 경제 매체들은 일본의 대미 흑자 축소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동맹국 경제를 압박하는 방식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 언론들은 일본의 수출 부진이 동아시아 제조업 벨트 전반의 수요 둔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가 당장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를 경고한다. 반도체 장비와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망 재편 흐름이 겹치는 상황에서 일본이 어떤 전략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