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급락에 외국인 차익 매도 확대…삼성중공업, 호재에도 3퍼센트대 약세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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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시장 진출과 소형모듈원전 설계 인증이라는 호재가 터진 가운데서도 12월 16일 삼성중공업 주가가 장중 3퍼센트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1.8퍼센트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출회되며 단기 조정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영업이익이 8,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되면서 펀더멘털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 9일 장중 27,050원을 기록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25,000원 선을 내줬다. 최근 일주일간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다가 이날 코스피 약세와 함께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20일 이동평균선 지지력을 시험하는 구간으로,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01014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삼성중공업[01014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계 창구를 통한 대량 매도가 두드러진다. 시장에 따르면 이날 장중 매도 상위 창구에 UBS 등이 이름을 올리며 28만 주가 넘는 물량을 쏟아냈다. 최근 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대량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고, 기관 역시 매도에 가세하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매수 상위에 포진해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는 전형적인 손바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수급 구조가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상장주식수 8억 8천만 주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30위권에 위치한 대형주로, 외국인 지분율은 30.6퍼센트에 달한다. 동종 업계 내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하며, 한화오션이 적자 우려로 변동성이 확대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익 체력을 보여 왔다는 평가다. 다만 현재 주가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155배 수준으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편이어서 단기 고평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작년 실적 기저효과가 반영된 수치인 만큼 내년 실적 기준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전망은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2024년 5,027억 원에서 2025년에는 8,713억 원 수준으로 70퍼센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현재 약 150배 수준인 주가수익비율은 내년 기준 30배대 중반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실적 퀀텀 점프에 따른 구조적인 체질 개선 과정으로 보며, 성장 스토리가 유지될 경우 현 수준을 향후 저평가 구간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부채비율과 당좌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도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가시적인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사업 모멘텀도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5일 미국 선급인 ABS로부터 소형모듈원전을 탑재한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 플랫폼의 개념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술을 실제 설계에 반영해 검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해상 원전 상용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나스코 조선소와의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며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LNG 벙커링선 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관련 방산·상선 프로젝트에서 직간접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돼 있다.

 

다만 글로벌 조선·해양플랜트 시장의 경쟁 심화는 중장기 변수로 꼽힌다. 최근 중국 위슨사가 콩고 FLNG 프로젝트를 조기 인도해 가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그동안 삼성중공업이 주도적 지위를 차지했던 FLNG 시장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중공업 매출의 98퍼센트가 조선해양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축소될 경우 수주 경쟁 강도가 높아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주가 흐름의 변곡점으로 24,000원 선을 주목하고 있다. 이 가격대가 1차 지지선 역할을 하며 수급 부담을 흡수할 경우 미국 방산 협력과 해상 원전 모멘텀을 바탕으로 재차 27,000원대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져 24,000원이 무너질 경우 조정 폭이 커지며 기간 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 조정을 중장기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으로 해석하고, 분할 매수 중심의 보수적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으로는 ESG 리스크가 꼽힌다. 조선업 전반의 인력난 속에 외국인 노동자 처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노무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우려가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지수 급락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용 거래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의 강제 반대매매 등도 잠재적인 하방 압력 요인으로 지적된다. 향후 삼성중공업 주가와 관련 업종 전반의 흐름은 글로벌 경기, 선가와 환율, 방산·원전 정책 방향 등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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