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 자신감 폭발”…이로운, 슬라이더 137㎞→홀드 27개 질주
고요했던 잠실구장이 이로운의 마운드 한가운데에서 숨을 죽이며 집중했다. 시속 137㎞에 이르는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 때, 관중의 표정에는 의심 대신 환호만이 남았다. SSG 랜더스 불펜투수 이로운이 올해 기록한 27홀드는 단지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며, SSG의 새로운 필승조 서사의 중심이 됐다.
이로운은 지난 두 시즌 평균자책점 5점대에 머물렀으나, 2024년 8일 현재 평균자책점 2.14로 불펜 핵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입단 초기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제구 난조로 지난해 56이닝에서 볼넷 43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시즌이 바뀐 올해, 이로운은 67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을 단 24개로 줄이며, 9이닝당 볼넷 3.21개라는 압도적 수치를 남겼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비시즌 동안 김광현의 조언과 슬라이더 구종 변화가 있었다. SS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로운은 “슬라이더 구속을 137㎞까지 끌어올리고 변화 각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자신감을 장착한 이로운은 “올해는 풀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다”며 새로운 무기를 갖췄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록에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데뷔 시즌 6승 1패 5홀드, 지난해 1승 3패 9홀드로 가능성과 아쉬움이 교차했으나, 2024년에는 5승 5패 1세이브 27홀드로 불펜의 버팀목이 됐다. 현재 홀드 부문에서는 LG 트윈스 김진성(30홀드), 동료 노경은(29홀드)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SSG 랜더스 또한 노경은, 이로운, 조병현 순의 탄탄한 필승조를 앞세워 3위 수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운은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불펜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들은 이로운의 투지에서 새로운 불펜 에이스의 탄생을 읽었다. 다음 경기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준비한다. SSG 랜더스의 도전과 이로운의 투구는, 2024 프로야구의 또 다른 드라마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