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스팔트 세력 손가락질 부끄럽지 않다"…장동혁, 계엄 논란 속 대여 투쟁 강조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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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론과 계엄 사태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맞붙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보수 지지층의 핵심 기반인 경북을 찾아 강성 메시지를 쏟아내며 당내 분열 대신 대여 투쟁을 거듭 주문했다.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도부의 선택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 대표는 25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이재명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지층 결집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12·3 계엄 사태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제기되는 계엄 사과 요구에 선을 긋고, 여당 공세에 맞선 내부 단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장 대표는 연설에서 "국민은 소소한 일상을 보장받길 원하지만 소소한 일상과 행복이 다 사라졌다"며 "이재명 정권은 우리의 행복을 파괴하는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청년과 서민은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며 "자기들은 강남에 좋은 집 사놓고 청년과 서민만 월세로 살라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도 도마에 올렸다. 장 대표는 "오늘 방문한 한화시스템 구미 공장은 짓는데 2천800억원,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선 건설에 5천억원이 든다고 한다"며 "이 7천800억원을 범죄자 뱃속에 그대로 집어넣어 줬다"고 주장했다. 공공 인프라 투자에 맞먹는 규모의 자금이 범죄 수익으로 남게 됐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대북 정책과 안보 이슈도 언급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외신 기자와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있는데 왜 대북 방송을 하느냐'고 했다. 북한에서 인터넷 쓸 수 있는 사람은 1천명도 안 된다"며 "북한에 간, 쓸개 다 빼주고 대한민국까지 팔아넘기려는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을 향해 안보 포기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수 집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장 대표는 "이곳 광장에 나와 대한민국과 자녀를 위해 소리치는 것을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서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쳐서 전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12·3 계엄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요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과의 투쟁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보수 진영 내부 비판과 거리 두기가 지지층 결집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장 대표는 경북 방문에 앞서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유지경성,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 대한민국을 위해 한강의 기적을 국민의 기적으로라고 적어 박 전 대통령과 보수 정통성 계승을 부각했다.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대통령"이라며 "대한민국이 또 다른 차원에서 위기를 맞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힘으로 국민의 기적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12·3 계엄 사태 관련 사과 메시지 요구에 대해선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장 대표는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계엄 논란에 즉각적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에 나설 경우 보수 핵심 지지층 이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태도로 읽힌다.

 

장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라는 표어를 내걸고 지방 순회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심장부인 영남권에서 강경 발언을 앞세운 만큼, 향후 수도권과 충청권 등으로 행보를 확대하면서 계엄 논란과 당내 노선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계엄 사태 1년을 앞둔 시점에 장 대표의 결집 메시지가 여권의 대여 공세 강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계엄에 대한 입장 정리가 늦어질수록 중도층 여론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회는 계엄 사태와 관련한 책임 공방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격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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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국민의힘#이재명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