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지체 구조 변화가 위암 예후 좌우”…가톨릭대, 악성화 기전 첫 규명
골지체의 구조적 변화가 위암의 악성화를 촉진하는 핵심 경로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위암 세포에서 ‘세포의 우체국’으로 불리는 골지체가 뭉쳐 응축되면 미세소관이 더욱 활발하게 형성되고, 이 도로망을 타고 암 촉진 단백질 YAP1이 신속히 세포핵으로 들어가 암의 성장과 전이를 가속화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제시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 성과를 ‘세포소기관 구조 조절’이라는 새로운 항암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11일, 위암 세포의 골지체가 응축된 형태로 변할수록 YAP1 단백질의 세포핵 이동이 증가하고, 동시에 암세포의 분열·이동 능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실제 위암 환자 조직을 분석한 결과, 골지체 응축 현상이 두드러진 환자일수록 암의 예후가 불량하고, 특히 반지세포암(SRCC)에서 YAP1 활성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골지체(Golgi apparatus)는 단백질을 분류·포장해 세포 내외 필요한 위치로 배달하는 ‘세포 우체국’ 기관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골지체가 물리적으로 응축될수록 세포 내 도로인 미세소관(microtubule)이 더욱 조밀하게 형성되고, 이를 통해 암 촉진 신호전달 인자인 YAP1(Yes-associated protein 1)의 핵 이동량이 기존 조건보다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골지체 응축→미세소관 형성→YAP1 핵 이동→암 악성화’라는 새로운 경로를 명확히 제시했다.
특히 기존의 항암전략이 유전자 변화나 단백질 억제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세포소기관의 공간적 구조 변화 자체가 세포 운명에 결정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약물로 골지체 응축을 완화할 경우, 동물모델에서 종양 성장이 실질적으로 억제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이로써 골지체의 형태 분석이 위암의 악성도 예측, 맞춤 치료 반응성 평가 등 새로운 진단·치료 지표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로도 세포소기관 기반의 공간 생물학이 각광받고 있지만, 암 조직에서 골지체 물리적 변화와 YAP1 신호전달 활성화가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제시한 연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암학회(AACR) 학술지 Cancer Research에 게재된 본 연구는 세포 형태학-암 신호전달-임상 예후를 연결한 독창성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규제 측면에선 구조조절 약물의 안전성 및 표적 정확성 확보가 임상 진입의 관건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현재 골지체 구조를 표적화한 신규 항암 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진행 중이며, 향후 간암·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골지체-YAP1 축’의 범용성도 검증할 방침이다. 의료 현장 접목을 위해선 환자 맞춤형 진단법 도입과 관련된 임상 가이드라인, 바이오마커 인증 절차 등 후속 정책 논의가 요구된다.
김지윤 교수는 “그동안 암생물학 영역에서 등한시됐던 골지체가 암 악성화의 새로운 컨트롤타워임을 최초로 규명했고, 세포소기관 구조를 조절하는 항암 전략이 실질적 임상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라며 “이번 연구가 위암 진단·맞춤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골지체 기반 신약 및 진단법 개발이 향후 다양한 암종 치료로 확장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제도의 균형이 차세대 항암 시장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