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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산과 강, 알파카와의 산책”…비 내리는 홍천에서 만나는 가을의 체험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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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불면 누군가는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특별할 필요가 없다. 요즘 홍천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맘때 내리는 비와 함께, ‘가을체험’을 고르는 풍경도 달라졌다. 울긋불긋한 산과 맑은 강, 동물들과의 교감, 온몸으로 만끽하는 황금빛 숲길까지. 사소한 변화 같지만, 그 안엔 계절의 감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새로운 여유가 담겨 있다.

 

홍천군은 한반도 북동부의 너른 산자락과 곡선을 그리는 홍천강을 품고 있다. 비가 내린 10월의 오후, 화촌면 풍천리에 자리한 알파카월드는 나들이객의 발길을 끈다. 하얀 숨결을 내뿜는 알파카들이 넓은 푸른 숲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장면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미소 짓게 만든다. 직접 먹이를 주고, 페루 전통 판초를 두르고 알파카와 함께 걷는 ‘힐링 산책’ 체험은 짧지만 깊은 교감을 남긴다. SNS에는 “알파카와 마주 앉아 있으면 하루의 지친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라는 소감이 여럿이다. 새들의 정원에서는 다채로운 앵무새도 만날 수 있어, 소란스러운 도심과 달리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펼쳐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홍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홍천

숲길도 빠질 수 없다. 내면 광원리의 홍천은행나무숲은 지금, 황금빛 드레스를 입었다. 수천 그루의 은행나무 잎은 비를 머금은 고요함 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으로 반짝거린다. 방문객들은 은행잎이 바닥을 수놓은 숲길을 거닐며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고 표현한다. 해가 은행잎 사이로 내려앉으면 숲 전체가 금빛 파도처럼 물결친다. 가족, 친구, 연인 모두 눈부신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인 장소다. 가을을 머금은 숲은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듯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계절 활동형 여행지와 체험형 명소의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나만의 시간, 가족 중심 체험 활동을 중시하는 여행 흐름이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즉 트렌드는 심플한 휴식에서 ‘감각의 경험’과 ‘특별한 교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홍천 알파카월드, 루지월드 등 가족 나들이 코스는 예약이 일찍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루지월드는 또 다른 에너지를 준다. 소노벨 비발디파크 스키장의 경사진 슬로프를 따라 루지를 타고 내려올 땐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비가 와도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가족이 함께 탈 수 있어 또 오고 싶다”는 방문객 목소리도 들린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체험할 수 있는 안전 트랙, 야간에도 열려 색다른 추억을 채우곤 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비 내리는 날, 알파카와 산책이라니 낭만 그 자체”“은행잎 터널 아래에서 마음을 리셋하고 왔다”는 후기들이 잇따른다. 비가 흩날리는 가을, 홍천의 자연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선택이 당연해진 시대다.

 

이제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계절을 닮은 경험과 나만의 기억을 남기는 과정이 돼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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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알파카월드#루지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