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재확인·한일협력 본격화”…이재명 대통령, 정상외교 성과와 숙제 동시 부각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한미동맹과 한일협력 구도가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방일 일정에서 맞붙었다. 순방을 통해 동맹 관계의 재확인과 외교적 진전이 부각된 반면, 후속 과제와 미해결 현안은 정국의 새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미국 순방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까지 이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 하나하나에 대한 국내외 반응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을 통해 3박 6일 일본·미국 순방의 막을 내렸다. 취임 82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가진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 그리고 일본 방문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외교적 무대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셔틀외교 복원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새 정부의 외교 기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드라진 메시지는 ‘경제·안보 협력’이었다. 민감한 통상 문제 등 쟁점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양국의 우호적 동맹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며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협상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요구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됐으나, 쟁점 사안은 공식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양국 경제계와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 필라델피아 조선소 방문 등 후속 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전략적 안보 연대와 경제협력 강조 메시지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며 양국 협력 확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쌀·소고기 시장 개방, 대미 직접 투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후속 협상에서 미국이 ‘진짜 청구서’를 들이밀 사례가 많다며 “친밀한 분위기와 별개로 실제 국익 디테일에선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평가가 엇갈렸다. 여당은 “외교·안보 영역에서 한미동맹 신뢰를 공고히 했다”고 자평했으나, 야당은 “민감 현안 회피로 국익을 미뤘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한미관계의 큰 틀은 긍정적이지만, 한·미간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세밀한 준비와 강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정부 외교는 안정적으로 출발했으나, 세부 협상 결과에 따라 지지율 등 정국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순방에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방문 첫 정상회담으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났다.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단독 양자회담은 한일수교 60년 만에 처음이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가치와 질서, 이념이 비슷한 한일 양국이 더욱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강조하며 공동언론발표문에 명시했다.
양 정상은 만찬 등 친교행사까지 이어가며, 앞으로 ‘셔틀외교’를 통한 빈번한 정상 소통에 뜻을 모았다. 정부는 한미일 3각 협력 구도가 강화되면, 중국과 북한 변수 속에서 외교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부각되지 않은 점은 내외부에서 비판적 여론을 불렀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내 간담회에서 “비판받더라도 한일 간 할 수 있는 협력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현안은 일단 꺼내들지 않았으나, 역내 정치 일정과 맞물려 일본이 언제든 과거사 문제를 재차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제는 남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이날 정상회담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외교 지평 확대와 한미일 신뢰 복원이 성과”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야권과 일부 사회진영은 “국내 현안·역사문제에 대한 외교적 원칙이 필요하다”며 반박했다.
정부는 앞으로 후속 협상에 대비해 한미 경제·안보 현안의 세부 협상과 한일관계에서의 과거사 접점 모색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