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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모바일, 페라리와 시동건 협업으로 게임엔진 마케팅 가속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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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사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을 매개로 모터스포츠 최정상 브랜드 스쿠데리아페라리HP와 손잡으며 e스포츠와 레이싱 산업 간 교차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이싱카의 공학과 설계 데이터를 게임 내에서 재해석해 가상 차량 성능과 체감 주행 경험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게임 엔진을 활용한 브랜드 기술 마케팅과 팬덤 확장 전략이 맞물린 행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과 포뮬러원 명문팀 간 파트너십을 게임·모터스포츠 IP 융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크래프톤과 스쿠데리아페라리HP는 15일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을 공식화하고, 2026년 배틀그라운드모바일에 페라리 기술력을 반영한 독점 콘텐츠를 순차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은 텐센트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크래프톤의 대표 모바일 게임으로, 대규모 동시 접속과 다양한 맵·차량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해 왔다.

이번 협업의 기술적 초점은 페라리 차량의 공학적 특성을 게임 엔진 상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실제 레이싱카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차량 동역학, 공기역학 설계, 파워트레인 특성 데이터를 참고해 가속 성능, 선회 능력, 제동 반응을 기존 인게임 차량보다 차별화된 수준으로 설계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배틀그라운드모바일 특유의 대규모 전장 환경에서 물리 엔진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해야 하는 기존 모바일 레이싱 연출의 한계를 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과 스쿠데리아페라리HP는 페라리 및 팀 브랜드를 테마로 한 독점 차량 스킨, 페인트, 이펙트, 캐릭터 의상, 지면 광고 오브젝트 등 다양한 인게임 자산 도입을 예고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 외형 변경을 넘어, 고성능 차량 운용을 전제로 한 전략 동선 구성, 팀 기반 이동 전술 등 플레이 방식 자체에 영향을 주는 체감형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되는 아이템은 파트너십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한정 상품으로 운영된다. 다만 기간 내 획득한 아이템은 파트너십 종료 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디지털 소장 가치와 이용자 충성도를 동시에 겨냥하는 구조다. 게임 내에서 희소성이 확보될수록 e스포츠 관전 경험과 스트리밍 콘텐츠에서도 해당 아이템의 노출 빈도가 높아져, 페라리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레이싱·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글로벌 팬덤 공략용 장기 브랜딩 프로젝트로 해석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은 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 성장 시장에서 두터운 이용자층을 형성해 왔고, 페라리는 전통적으로 유럽과 북미 중심의 레이싱 팬 기반을 보유해 왔다. 양측 협업을 통해 상호 보완적 권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교차 확장 효과가 노려진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레이싱 게임과 완성차 브랜드의 협업이 활발한 상황이다. 다양한 게임에서 실제 차량 제조사들이 엔진음, 차체 디자인, 주행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디지털 트윈 수준의 모델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팬 경험을 확장해 왔다. 스쿠데리아페라리HP가 배틀그라운드모바일처럼 비레이싱 장르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시도는, 모터스포츠 IP 활용 스펙트럼을 생활형 게임으로 넓히는 행보로도 읽힌다.

 

게임과 모터스포츠의 협업은 기술 마케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페라리는 고성능 차량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시뮬레이션 역량과 데이터 활용 경험을 게임 내 엔진 튜닝, 물리 효과 구현 등에 간접적으로 녹여낼 수 있다. 반대로 크래프톤과 텐센트게임즈는 대규모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주행 경험과 시각 효과가 브랜드 호감도에 기여하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다른 자동차·모터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 모델 설계에도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 직접적인 제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내 콜라보 콘텐츠는 주로 외형·경험 중심 자산으로 분류돼, 각국에서 디지털 아이템 과금 구조와 청소년 보호 정책만 충족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 한정 아이템 공급 방식에서 확률형 요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규제 적합성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배틀그라운드모바일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텐센트게임즈의 빈센트왕 총괄은 두 회사의 첫 협업을 의미 있게 평가하며, 페라리를 상징하는 정밀함과 고성능의 정신을 2026년 게임 속에서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렌조조르제티 페라리 레이싱 매출 총괄 책임자는 퍼포먼스와 혁신, 도전 정신을 공유하는 두 브랜드의 협업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페라리 엔지니어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기 매출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모터스포츠 IP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모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폰서십 중심이던 기존 레이싱 마케팅 구조가, 이용자 참여형 디지털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배틀그라운드모바일과 스쿠데리아페라리HP의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낼지에 산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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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모바일#크래프톤#스쿠데리아페라리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