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주가 40% 급등”…세기상사, 대한극장 재개발 기대에 자산주 부각
서울 충무버스터미널 재개발 이슈를 계기로 자산 가치 재평가 기대감이 확산되며 세기상사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10일 세기상사는 전 거래일보다 13.66% 오른 6,240원에 장을 마쳤다. 극장 본업 종료 후 충무로 대한극장 리모델링과 스누피 IP 기반 사업 다각화 전략이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유휴 부동산의 수익화와 캐릭터 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중소형 자산주에 대한 수급이 집중되는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대한극장 복합문화공간 전환과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의 방향성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세기상사 주가는 지난달 25일 4,495원에서 불과 2주 만에 40% 가까이 치솟았다. 12월 3일에는 장중 6,93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은 뒤 조정을 거쳤으나, 10일 다시 거래량을 동반한 반등으로 10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기 기술적 반등을 넘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뒤 전고점 재도전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상승 N자형 패턴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 적자 늪 탈출할까… 세기상사, '대한극장' 빈자리에 채운 기대감](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0/1765352355671_392588632.jpg)
주가 변동의 핵심 배경은 대한극장 영업 종료 이후 유휴 자산의 활용 가능성이다. 충무로 랜드마크인 대한극장이 공연장 및 복합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된다는 계획이 알려지며, 세기상사가 보유한 도심 핵심 부동산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체험형 공연 콘텐츠로 알려진 슬립 노 모어와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 유치 구상이 전해지면서, 단순 임대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문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수급 구조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세기상사는 상장주식수 596만 주 규모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라 실질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 이날 약 56억 원 수준의 적은 거래대금에도 주가가 10% 이상 급등락하는 등 품절주 특유의 가벼운 몸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매수 상위 창구에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이름을 올렸고, 외국인 보유율은 1.1% 안팎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아직 메이저 자금의 본격 유입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 수급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를 보면 세기상사는 약 372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1,523위에 머무는 소형주다. 포니링크, 롯데하이마트 등 동종·인접 업종 내 다른 상장사들과 비교하면 몸집이 작아 상대적으로 적은 수급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상승장에서는 탄력적인 주가를 가능하게 하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낙폭 확대 위험을 동반하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특히 세기상사가 여전히 적자 상태여서 PER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 주가는 펀더멘털보다는 재개발·자산주 테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재무 지표를 보면 자산주로서의 매력과 수익성 악화라는 명암이 동시에 나타난다. 세기상사의 PBR은 1.15배 수준으로, 장부상 순자산 대비 과도한 고평가 구간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2024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6.17%, ROE는 -10.99%를 기록해 수익성은 부진하다. 부채비율은 106%로 관리 가능한 범위에 속하지만, 당좌비율이 15.1%에 그쳐 단기 유동성 측면의 부담은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자산 가치가 주가를 지지해 주더라도, 적자 구조를 얼마나 빨리 벗어나는지가 향후 재평가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구조 전환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세기상사는 극장 사업 종료 이후 스누피 IP를 활용한 카페·굿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글로벌 캐릭터 IP와 부산·경남 지역 주유소 운영 수익을 결합해, 기존 영화 상영 수입 위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석유판매사업부의 경우 국제 유가와 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에 민감해, 실적 변동성이 큰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캐릭터 IP 사업이 본격적인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사 영업손실 축소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확산 중인 자산주 테마는 세기상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천일고속 등 보유 부동산 가치가 부각된 종목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이 실적주에서 가치주·자산주로 이동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기상사는 충무로 핵심 입지에 부동산을 보유한 만큼, 이른바 숨은 알짜 자산 찾기 트렌드의 직접 수혜주로 분류된다. 유형 부동산과 스누피 IP라는 무형 자산을 동시에 보유한 구조는 단순 유통사나 일부 엔터 기업보다 하방 지지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점은 경쟁사 대비 뚜렷한 약점으로 꼽힌다. 롯데하이마트 등 일부 동종·인접 기업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배당 매력까지 제공하는 것과 달리, 세기상사 주가는 사실상 대한극장 리모델링과 IP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체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일정 수준의 밸류에이션 할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공연장·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한극장의 임대료 수준, 객 단가, 가동률 등이 투자 판단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기술적 흐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투자자들은 12월 3일 형성된 전고점 6,930원 돌파 여부를 핵심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거래량이 동반된 상향 돌파에 성공할 경우 심리적 저항선이 해소되며 7,500원 선까지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6,000원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5,500원대까지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보다는 눌림목 구간을 확인한 뒤 접근하는 방어적 전략을 조언한다.
품절주 특유의 높은 변동성도 상시 리스크로 지목된다. 유통 주식수가 적어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호가가 급변할 수 있고, 순간적인 시세 조종성 움직임에 노출될 여지도 있다. 매도 주문이 몰릴 경우 호가 공백이 커지면서 원하는 가격에 제때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재편이 실제 흑자 전환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분기별 실적 추이와 대한극장 리모델링 진행 상황, 스누피 IP 사업 성과 등을 점검하며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세기상사 주가 흐름은 자산주 테마 강도의 지속 여부와 함께, 실적 개선 속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대한극장 복합문화공간 개편 이후 초기 수익 지표와 IP 사업 실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내년 실적 시즌으로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