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AI로 학자금 행정 혁신"…NIA·장학재단 MOU
인공지능 기술이 공공 교육복지 행정의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정책 설계와 업무 프로세스를 재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이번 협력이 공공부문 데이터 기반 행정과 AI 활용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장학재단은 26일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에서 인공지능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29일 협약 사실을 공식 발표하며 공공부문 AI 활용 확대와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 구축을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양측은 연간 11조원 규모 학자금 지원 사업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NIA의 AI 정책·기술 역량과 연계해 교육복지 분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서 합의한 주요 과제는 AI 기반 혁신과제 공동 발굴,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 국내외 AI 기술 및 시장 동향 정보수집 협력, 관련 인력 교류 등이다. 특히 두 기관은 학자금 지원 전 주기에 걸친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지원 심사, 사후 관리, 리스크 탐지 등 주요 프로세스에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측면에서 NIA는 공공 AI 정책 수립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학자금 행정에 적합한 알고리즘과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소득·자산 정보, 학업 이력, 상환 이행 데이터 등을 결합해 지원 적정성을 판단하는 예측 모델을 설계하고, 민원 패턴을 분석해 상담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는 언어 모델 기반 서비스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사람의 정량·정성 판단을 대체하기보다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구조화해 담당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 핵심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하고 정확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학자금 지원은 지원 자격 판단, 소득구간 산정, 중복 수혜 점검 등 복잡한 행정이 수반되는 영역이다. AI를 적용하면 반복적인 서류 검증과 데이터 대조 업무를 자동화하고,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과 정책 관점에서 보면 학자금 행정은 공공 AI 도입의 대표적인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매년 수십만 명 이상 학생과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이면서도 소득·자산·학업 정보 등 민감 데이터가 결합된 고난도 영역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적용 사례가 구축되면 다른 교육복지, 사회보장, 금융복지 분야로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확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공공부문에서도 복지 행정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복지급여 부정수급 탐지, 학자금 상환 리스크 평가, 맞춤형 교육 지원 추천 등에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돼 왔다. 다만 알고리즘 편향과 투명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기술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성 확보와 인권 영향 평가를 제도화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추세다. NIA와 한국장학재단의 협력에서도 글로벌 사례에서 제기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한국형 공공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운영 체계 설계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책임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학자금 지원 데이터에는 학생과 가구의 재정 상태, 학업 이력 등 민감 정보가 포함돼 있어, 데이터 결합·익명화·가명처리 절차를 엄격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 AI를 활용하게 될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결과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얼마나 명확히 마련하느냐가 제도적 신뢰를 좌우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공 데이터 활용과 AI 윤리 원칙, 데이터 거버넌스 지침과의 정합성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이번 협력이 AI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복지 행정 전반에 실질적 적용을 시도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과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AI 서비스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한국장학재단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와 정책 연구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구체적인 파일럿 사업과 성과 지표로 이어질 경우, 공공 AI 활용이 개별 프로젝트 단위를 넘어 구조적 혁신 단계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두 기관이 설계할 데이터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운영 원칙이 공공 AI 확산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