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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 보호구역, 산악 지형은 경사거리로 판단해야"…국민권익위, 국방부에 기준 마련 요구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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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범위를 둘러싼 갈등과 국민권익위원회가 맞붙었다. 산악 지형에 위치한 군 탄약고의 위험 거리 산정 방식을 두고 국방부와 토지 소유주 간 쟁점이 부각되면서, 군사시설 보호구역 제도의 운용 방식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4일 경기도 양주시 임야 소유주 A씨 등 5명이 제기한 민원을 검토한 결과, 국방부와 관련 부대에 군 탄약고 안전거리 산정 시 평면거리뿐 아니라 지형의 고도 차를 반영한 경사거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해 보호구역 지정을 다시 판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민원을 제기한 A씨 등은 자신들이 보유한 토지와 군 탄약고 사이에 고도 219미터의 산이 가로놓여 있어, 실제 경사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군사시설 보호구역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군이 지도상 평면 일직선 거리만을 근거로 보호구역 해제와 완화를 거부한 조치는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호소했다.

 

권익위가 확인한 결과, 국방부 내부 지침에는 이미 산악 지형에 대한 별도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악지형의 경우 최고로 돌출된 능선을 직선으로 연결한 경사거리를 안전거리 산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활용되지 않고 평면거리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온 것이다.

 

권익위는 이 같은 운용 관행이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의 목적과 국민 재산권 보호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탄약고와 같은 군사시설의 안전 확보 필요성은 존중하되, 지형 여건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양종삼 국민권익위원회 고충처리국장은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국방부가 경사거리 적용 시 구체적인 계산 방법과 기준을 마련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유사 민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는 전언이다.

 

이번 권익위 의견 표명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제도 운영에 대한 다른 지역 민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군사시설 주변 토지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보호구역 지정과 해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안보와 재산권 사이의 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권익위 의견을 수용해 지침을 보완할 경우, 전국 산악 지형 내 탄약고와 각종 군사시설 주변 보호구역이 재조정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권익위 의견을 토대로 관련 지침과 현장 적용 실태를 점검한 뒤,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군사시설 보호구역 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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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국방부#군사시설보호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