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삭감 과정 전혀 몰랐다”…조성경 전 차관, 국감 출석 발언 파장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윤석열 정부와 과학기술 행정 라인 사이에서 거세게 불거졌다. 조성경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R&D 예산이 10조 원으로 줄어드는지, 어떤 식으로 줄여야 했는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고 밝혀, 당시 예산 축소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차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초대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냈으며, 2023년 7월 3일자로 과기정통부 1차관에 선임된 바 있다. 특히 R&D 예산 삭감 진행 사실을 몰랐다는 발언은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또 “R&D 예산 삭감은 공식선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애초 삭감이 없던 것이 왜 (추진)됐는지 알지 못한다”며 구체적인 삭감 지시 역시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재정전략회의 직후, 당시 최상목 경제수석이 과기정통부에 R&D 예산을 대폭 감축하라는 전달사항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전 차관은 “그런 지시도 몰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산 조정 과정에서도 1, 2차관과 혁신본부장이 참여하려 했으나, “장관이 세 번이나 거부해 1차관과 2차관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기비서관과 1차관 모두 예산 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차관은 과거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차관 부임 당시 예산은 건드리지 말고 잘 활용하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증언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날 국감 발언에서는 재정전략회의에 제출된 부처 R&D 예산 초안을 당일에서야 파악했다며, 절차상 소통 부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더불어 조 전 차관은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제기된 카르텔 논란에 대해서도 “장관이나 차관이 책임지지 않으면 하위 공무원들이 다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께서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아, 내가 대신 언급한 것”이라며 내부 책임 소재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논란이 대통령까지 번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대통령까지 타고 올라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부처 차원의 문제라고 판단했던 만큼, 비난에도 묵묵히 감내했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조 전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여당은 “예산 삭감 이유와 조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정부 설명에 신뢰를 둔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내부 소통마저 무너진 채 일방적 삭감이 이뤄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투명성과 내부 합의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R&D 정책 방향과 정부 부처 내부 소통 체계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예산안 심의에서 이번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며, 정책 집행의 투명성 제고와 책임 소재 명확화를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