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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1·2사단 작전권 되찾는다”…안규백,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 시동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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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휘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쟁과 국방개혁 요구가 맞부딪쳤다. 국방부가 해병대를 사실상 준4군 체제로 격상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상전력 재편과 합동성 강화 구상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작전통제권 조정과 지휘구조 개편, 전력 증강을 포함한 이른바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해당 구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안 장관은 해병대의 법적 지위는 해군 예하를 유지하되, 실질적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준4군 체제에 대해 "해병대를 지금과 같이 해군 소속으로 하되, 해병대사령관에게 육·해·공군 참모총장에 준하는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부여함으로써 그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해병대 1·2사단 작전통제권의 회복이다. 안 장관은 "먼저 해병대의 주요 부대인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을 50년 만에 해병대에 돌려주겠다"고 밝히며 "현재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는 해병 1사단의 작전통제권은 선제적으로 2026년 말까지 원복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육군 수도군단의 작전통제를 받는 해병 2사단의 작전통제권도 2028년 내에 해병대에 돌려줌으로써 해병대가 온전하게 예하 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해병 1사단의 경우 평시와 전시 작전통제권 모두 해병대로 이관되지만, 해병 2사단은 평시 작전통제권만 해병대로 넘어가고 전시 작전통제권은 수도군단이 계속 행사한다.  

 

안 장관은 해병 2사단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두고 "지금 수도군단이 맡고 있는 부대는 육군 17사단, 육군 51사단, 해병 2사단 등이 있는데 이 부분은 군 구조 개편에 따라 전력구조, 병력구조, 또 부대구조 개편에 따라서 추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40년을 목표로 하는 전반적 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추가 조정 여지를 남긴 셈이다.  

 

지휘구조 개편은 인사체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안 장관은 해병대 장교의 대장 진급 추진 의사를 밝혔다. 현재 해병대 장교 최고 직위는 중장 계급의 해병대사령관이며 임기 종료 후 통상 전역한다. 국방부 안에서는 해병대사령관 자체를 대장으로 격상하기보다는 사령관 임기 이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나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 대장 직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작전사령부 창설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현재 육군·해군·공군에는 각각 작전사령부가 존재하지만 해병대에는 전체 예하 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작전사가 없다. 국방부는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이 육군에서 해병대로 돌아올 경우 서북도서 해병부대를 지휘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해병대 작전사령부로 승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안 장관은 해병 작전사령관 계급에 대해 "3성 장군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사가 창설될 경우 해병대에는 중장 계급의 직위가 해병대사령관과 해병 작전사령관 등 2개로 늘어나게 된다. 해병대사령관은 인사·군수 등 군정권을, 작전사령관은 작전·정보 등 군령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구상되고 있다.  

 

작전사령부 창설과 더불어 참모 조직 내 장군 직위도 증설된다. 안 장관은 "해병대 병력의 숫자는 우리 군의 5.7%인데 장성 숫자는 적다"며 "이것을 다시 균질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군 전체 장군 직위 375개를 늘리기보다는 국방부 직할부대 등 타 부대의 장군 수를 조정해 해병대 몫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입법 과제도 병행된다. 안 장관은 "준4군 체제에 걸맞은 지휘구조와 참모조직, 그리고 장비와 무기체계를 해병대가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변화할 해병대의 모습을 국군조직법에 명시해 해병대가 상륙작전과 도서방위 등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수행하게 될 임무들을 법령에 담을 예정이며, 이를 위한 해병대 전력 증강 등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의 역할과 임무를 법률에 구체화해 조직 위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전력 증강 계획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대 전력 보강과 관련해 "화력, 방호, 탐지레이더 등 10개 분야에 예산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륙작전 능력과 도서 방위 능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장비와 무기체계 확충이 예상된다.  

 

해병대 인력의 합동 직위 진출 확대도 추진된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를 비롯한 상급 부대에서 해병대 출신 장교와 부사관, 장병이 더 많이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 운용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병대 정체성 강화를 위해 현재 해병대 회관으로 사용 중인 밀리토피아 바이 마린이라는 명칭에는 해병대 회관이라는 표기를 병기해 상징성을 높이기로 했다.  

 

안 장관은 "우리 군은 육·해·공군, 해병대가 합동군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켜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첨단강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휘구조 개편이 각 군 간 균형을 해치기보다는 합동성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사자인 해병대도 개편 방향에 긍정적 뜻을 밝혔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은 안 장관이 발표한 준4군 체제 개편 방안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항상 국민의 군대로서 국민께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해병대 작전통제권 회복과 작전사령부 창설이 서북도서 방어 태세 강화와 신속 대응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육군 지상전력과의 역할 조정과 중복 방지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부는 향후 국군조직법 개정과 예산 반영, 합동작전 교리 정비를 통해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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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해병대#준4군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