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교 1억 받은 사실 없다"…권성동, 특검 겨냥 "야당 중진만 노렸다"

신도현 기자
입력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를 둘러싼 여야 갈등과 특검 수사가 다시 충돌했다. 통일교 측 자금 1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특검 수사의 형평성과 절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권 의원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 생활에서 돈과 권력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가치관 때문에 36년간 돈 문제로 한 번도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윤영호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뇌물성 자금 수수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12월 29일 후원회장 소개로 윤영호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눴고, 1월 5일 다시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저는 통일교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나기로 했다"며 "첫 독대였고 사실상 첫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시간 정도 만났을 뿐 어떤 친분이나 신뢰 관계도 없고, 윤영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돈에 환장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권 의원은 만약 금품 수수가 있었다면 오히려 정치적 약점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윤영호에게 1억원을 받았다면 제가 속된 말로 코가 꿰인 것"이라며 "윤영호는 그 이후에도 저한테 단 한 번도 현안 사업이라는 YTN,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등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권 의원은 "윤영호의 진술을 탄핵해야 하는데 본인이 증언을 거부하고 있어서 전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탄핵하고 싶어서 여러 차례 대질조사를 요청했지만, 특검은 야당 중진 정치인에 대한 구속수사라는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모두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천정궁 방문과 관련해서는 대선 과정의 통상적 선거운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한학자 총재를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윤석열 후보 지지에 도움이 된다는 윤영호의 거듭된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통일교 외에도 많은 종교단체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단체 방문을 두고 특검이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권 의원은 "정당 구성원이 선거 때 종교단체를 찾아가서 득표 활동을 하는 건 정상적인 선거운동 방법이지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라는 특검 주장은 저와 우리 당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선거운동을 잘 모르고 오해해 이런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권 의원은 남색 정장에 흰 셔츠 차림으로 다소 야윈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재판 진행을 지켜봤다. 최후 진술 과정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앞서 변호인단은 최종변론에서 특검 기소의 절차적 위법을 거론하며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권 의원 측은 "특검이 제시한 핵심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부지검이 애초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압수한 증거물을 다른 혐의에 대한 별건 기소에 사용했고, 이를 기초로 한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 역시 위법수집증거라는 논리다.

 

또한 윤 전 본부장이 증언을 거부해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압수물을 기초로 이뤄진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실질적인 반대신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을 달군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로비 의혹도 언급됐다. 권 의원 측은 특검 수사 범위가 국민의힘에만 편중됐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정치자금 수수는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윤영호는 민주당 소속 의원 금품수수 진술도 했고 장관이 이를 부임하면서 사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4개월 전에 그런 진술을 받아놓고 이제야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지적하면서 "윤영호가 국민의힘 소속 피고인에게 줬다는 것은 특검법 수사 대상에 해당하고 민주당 의원에 대한 건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날 검찰과 특검, 변호인단의 최종 의견과 피고인 진술을 들은 뒤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통일교 자금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며, 정치권은 특검 수사 범위와 향후 추가 수사 방향을 두고 다시 한 번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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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윤영호#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