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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훼손 최소화해야”…이재명 대통령, G20 순방 중 다자주의 복원 강조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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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질서를 둘러싼 갈등과 다자주의의 후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G20 무대를 배경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순방길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향후 한국 외교·통상 전략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나 튀르키예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결국 모든 국가가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자유무역 체제와 다자 시스템을 튼튼하게 강화하고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G20 참석국이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해 “다자주의가 상당 정도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잘 사는 다자주의 체제로 최대한 잘 만들어가야겠다”고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유지가 세계 경제의 공통 과제라고 부각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자유무역 질서 유지 관련 정상선언을 두고는 협의 과정의 난항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체국가 이름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참여국 명의로 했는데 상당히 내용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무역과 블록화 흐름 속에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상외교 방식과 철학도 설명했다. 그는 “국가 간 관계와 개인 간 관계가 다를 바가 없다”며 “다자회의 공간이 생기면 최대한 많은 정상을 가볍게, 또는 심각하게 만나려고 한다. 이번에도 5∼10분씩 또는 화장실에 다녀오면서도 대화하는 등 꽤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도 양자 접촉을 최대화해 신뢰를 쌓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또 “가능하면 인간적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제가 장난기가 많다”며 “좋아할 만한 것을 언급해주고 아픈 것을 위로해주면 다 좋아한다. 아무리 큰 나라의 강한 지도자라 한들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해, 유머와 공감을 매개로 한 ‘인간적 외교’를 지향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2028년 한국 개최가 확정된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지방 개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가능하면 지방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숙소 문제나 인프라 구축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성장의 계기로 삼고 싶지만, 경호와 교통, 숙박 등 현실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행사 운영과 관련한 소회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마이크를 잘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G20에서 마이크가 계속 말썽이더라. 국제회의는 전 세계 언론이 다 지켜보는데 세밀하게 준비를 안 하면 국격을 의심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상회의에서 세밀한 기술·운영 관리가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강행군 일정에 대한 농담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순방 일정이 빽빽해 본인은 물론 수행단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참모진을 향해 “이집트에 갔으면 박물관이라도 가 봐야지, 세상에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고 이런다. 반성하시라”고 말해 기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G20 정상회의 및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성과와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다만 노동·연금 개혁 등 국내 현안 질문이 나오자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이 “순방 관련 질문에 한해 답을 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도 “순방하면서 각국이 가진 특장점을 살피고 배울 것은 배우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말로 대체하겠다”고만 답해, 순방 기간에는 외교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자유무역·다자주의 발언을 계기로 향후 통상정책, 공급망 전략, 2028년 G20 유치·준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관련 외교·통상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에서 G20 후속 조치와 개최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내년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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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g20정상회의#자유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