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계엄 1년 분수령"…추경호 영장 심사에 여야 운명 건 정면 충돌

조현우 기자
입력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 판단을 두고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건 승부에 나섰다. 계엄 선포 1년이 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연말 정국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3일 새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추 의원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진행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그가 계엄 정국에서 여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고, 추 의원 측은 직권 남용이나 내란 관련 혐의는 성립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여야는 이미 추 의원의 구속 여부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장기 정치 구도의 방향을 가늠하고 있다. 민주당은 구속 시 내란 책임을 국민의힘 전체로 확장하는 전략을, 기각 시에는 사법부를 향한 견제 강도를 높이는 방향을 동시에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구속 시 정권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극대화하는 한편, 기각 시에는 내란 수사 프레임을 반전 계기로 삼아 역공에 나선다는 복안을 세운 상태다.

 

추 의원이 구속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정당 차원의 책임론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추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계엄사태에 국민의힘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발언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내란 수괴 피고인 윤석열의 지시 혹은 요청받아 의도적으로 의총 장소를 변경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추 전 원내대표는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내란 공범이고, 그런 지시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두 내란 공범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 책임을 묻는 방향의 법적·정치적 대응을 잇달아 거론해 왔다.

 

특히 민주당은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둘러싼 논의 수위를 높일 태세다. 정청래 대표는 8·2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국회 차원의 결의를 통해 정부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제청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정부만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 내부에선 추 의원 구속 직후 무리하게 정당 해산 이슈를 밀어붙일 경우 중도층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부 의원들은 1심 재판을 통한 혐의 규명이 진행된 뒤 해산 심판 추진 여부를 본격 검토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고강도 공세 기조를 유지하되, 정당 해산 카드 자체는 내년 지방선거 일정과 연동하며 장기 과제로 가져갈 여지도 거론된다.

 

추 의원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의힘은 정권발 야당 탄압이 사법부 판단으로 정당화됐다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야당 말살 기도' '정치 특검의 편향 수사'라는 표현이 이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회 밖 장외 투쟁과 대규모 장외 집회를 포함한 강경 투쟁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같은 당 내부에서는 무조건적인 강경 노선이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계엄 사태 관련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두기를 통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도부가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대로 추 의원 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치 지형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법원의 판단을 사법부 책임론과 연결하며 공세 방향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8일 "추 의원 영장이 기각되면 그 화살은 조희대 사법부로 향할 것이다.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지켜볼 수 없다며 내란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패키지 법안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법원행정처 폐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입법 과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추 의원 영장 기각을 내란 사태의 미완의 청산 사례로 규정하며, 오히려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이른바 2차 종합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수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비상계엄 선포와 집행, 국회 표결 과정에 대한 추가 수사를 특검에 요구하면서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영장이 발부될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고 보지만, 혹시 기각되더라도 국민의힘은 죄를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영장 기각 시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그간의 내란 수사 정국 자체가 무리한 정치 공세였다는 점을 부각하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계엄 관련 사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둘러싼 내부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대여 공세를 위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당 국민대회에서 "추 의원 영장 기각이 대반전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지긋지긋한 내란 몰이가 그 막을 내릴 것"이라며 "이재명과 민주당을 향한 국민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심과 보수 지지층을 향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결집을 거듭 호소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런 메시지는 민주당 책임론과 결합하며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 이후에도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완전히 돌아서지 않을 수 있다며, 법원 판단을 계기로 책임 있는 사과와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론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과정에서 계엄 사태를 둘러싼 당내 노선 갈등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국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계엄 사태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추경호 의원 영장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여야 모두 연말 국회 일정과 내년 지방선거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사법개혁 입법, 2차 종합특검 도입, 윤석열 전 대통령 책임론 등 굵직한 쟁점들이 다시 여야 충돌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추 의원 영장 심사 결과를 지켜본 뒤 곧바로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대응 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회는 계엄 사태 후속 처리와 사법개혁, 정당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가며, 다음 회기에서 관련 법안과 정치적 책임 공방을 본격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조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추경호#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