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천개입 수사 정점”…김상민·한덕수, 특검 13시간 연속 조사
'김건희 여사 매관매직·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정점에 치닫고 있다.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하루에 걸쳐 장시간 출석해 특검 조사에 임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특검의 칼날이 윗선으로 향하는 양상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9일 오전 9시 49분부터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설치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약 13시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 전 검사는 특검팀을 떠나며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상세히 소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은 내가 소유한 게 아니라 김진우씨 요청으로 중개했을 뿐”이라며 “자금 출처는 알지 못한다. 김진우씨로부터 받은 자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특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 오빠의 장모 집에서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이 발견된 이후, 김 전 검사가 해당 작품을 김진우씨 요청으로 매입 중개했다고 보고 있다. 그림 거래를 매개로 김 전 검사가 2024년 총선 국민의힘 공천을, 그림 중개 이후에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직을 제공받았다는 대가성 의혹이 핵심이다. 그림의 진품 여부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특검 진상 규명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 전 검사는 “‘위작’ 판정으로 곤혹스럽다. 강하게 업체 신뢰성을 담보했는데 만약 위작이면 중개 업체들이 도산해야 할 일”이라며 “그림을 산 경위도 김진우씨가 신분이 드러날 경우 그림값 급등을 우려해 중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원 취업 등의 대가성이 포함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상민 전 검사는 현직 부장검사 재직 중이던 2023년 9월, 경남 창원 지역 유권자 대상 총선 도전 메시지를 돌렸다. 당시 정계에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당선을 지원하면 선거 이후 장관 혹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파장이 확산됐다. 김 전 검사는 실제 국민의힘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고, 이후 2023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한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같은 날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밤 늦게까지 약 10시간 조사를 받았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귀금속을 선물하며 ‘사위 박성근 변호사를 공직에 앉혀달라’고 청탁했다는 진술이 나온 데다, 박성근 변호사가 실제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점이 논란의 불씨로 번지고 있다.
취재진 질문에 한덕수 전 총리는 입을 닫은 채 조용히 귀가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본인·가족·측근과 집권 실세를 둘러싼 매관매직 의혹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치권과 여론은 특검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그림이 진품인지, 공천·취업 등 대가성이 실제 제공됐는지, 서희건설 청탁 경로까지 전방위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조사 결과에 따라 집권층 책임론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추가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며, 국회도 특검 법 연장과 후속 진상조사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