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행동과 말 철저 검증"…장동혁, 호남서 인사청문·여야 비위 동시 압박
정책 검증과 인사 검증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호남 현장에서 여권 출신 장관 후보자와 제1야당 원내지도부를 동시에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인사청문 정국과 내년 정국 구도의 충돌 지점이 겹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장동혁 대표는 30일 전라북도 김제시 새만금33센터에서 열린 현장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도 이 후보자가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혜훈 후보자를 겨냥해 "이 후보자가 그간 행동과 말로 한 것들이 있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해명하고 국민을 설득할지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생활이나 의혹뿐 아니라 과거 발언 일체를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장 대표는 이혜훈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입장에 대해 사과한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아비판식 말 한마디로 몸이 기억하는 일을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과거 정치 행보 전반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보수 진영 인사 기용을 둘러싼 정국 구도에도 견제구를 던졌다. 장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의 국무총리설과 관련한 질문에 "분명한 목적과 방향성 없이 보수 인사를 영입한다면 정권에 역풍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인물 영입이 아닌 국정 방향과 명분이 동반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야당 인사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이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데 대해 장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끝날 문제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며 "법적 책임까지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내 정치적 수습을 넘어 수사와 사법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정국 공방과 별개로, 장 대표는 호남 민심을 겨냥한 현장 행보도 병행했다. 그는 이날 새만금33센터에서 김종훈 전라북도 경제부지사 등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새만금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장 대표는 "새만금 공항, 광역 고속도로 같은 핵심 인프라 건설까지 하나하나 점검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전북과 나라의 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진정성으로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종교계와의 소통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간담회 이후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원불교 중앙총부를 방문해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왕산 성도종 종법사를 예방했다. 성도종 종법사는 현 정치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작금의 상황을 보면 너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우선 지적했다.
이어 성도종 종법사는 "중도란 이쪽저쪽의 중간 지점을 뜻하는 게 아니라 모두 포괄하는, 시대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정치권에 협치를 주문했다. 극단 대립 구조에서 벗어나 포괄적 중도 노선을 택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는 이에 "중도는 좌우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요즘 양극단으로 갈라져 대화와 타협 없이 갈등만 계속 일으키는 정치권을 향해 시기적절한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종교계의 중재 메시지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장 대표의 호남 일정에는 호남 출신 5선인 조배숙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민수 최고위원,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 최보윤 수석대변인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동행했다. 당 지도부는 전날부터 무안, 해남, 김제, 익산 등 호남 곳곳을 잇따라 찾으며 지역 민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
장 대표는 매달 호남을 방문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달 광주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전남과 전북 주요 지역을 훑으며 약속을 재확인한 셈이다. 지도부는 새해에도 호남 방문을 이어가며 인사청문 정국, 여야 비위 의혹, 지역 현안 등이 얽힌 복합 정국 속에서 중도·협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