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표제 찬성 86.8%"…정청래, 당원주권 정당 전면화 속 연임론 탄력
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 방향을 제시하자, 압도적 찬성 속에서도 당내 세력 구도 재편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권리당원에게 1인 1표 권한을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이른바 1인 1표제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6.8%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반대는 13.2%로 집계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방식을 각급 상무위원 투표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찬성 88.5%, 반대 11.5%였다. 후보자가 4명 이상일 때 권리당원 100% 투표로 예비 경선을 치르는 안도 찬성 89.6%, 반대 10.4%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투표는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됐으며, 대상자 164만5천여명 가운데 27만6천589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16.8%였다. 형식상 ‘의견수렴’이라는 절차였지만, 당 지도부는 실질적인 당헌·당규 개정 방향을 확인하는 절차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결과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당원주권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추진했던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시대에 걸맞게 더불어민주당을 명실상부한 당원주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방향과도 연결 지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원들의 뜻과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공정한 경선을 통해 강한 후보를 공천하게 될 것"이라며 "더 민주적이고, 더 공정하고, 더 투명한 경선이 더 강한 후보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원 의사를 전면에 세워 공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다.
당 지도부도 같은 기조를 확인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당원 주권 중심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164만5천여명 권리당원의 명확한 의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당원 뜻을 온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의견수렴 결과를 향후 공식 의결 절차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투표 자격 기준과 대표성 논란은 동시에 제기됐다. 원칙적으로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 당원 투표와 달리, 이번 의견수렴에는 10월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이 참여했다. 이 때문에 자격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단기간에 유입된 당원이나 특정 계파 동원 가능성 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편중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은 당원 규모가 다른 권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로 인해 대규모 당원 동원이 가능한 지역과 조직이 당내 의사결정에서 과대 대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지층 성향 면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일부 당원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지도부와 중도 지지층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청래 대표의 당내 입지와 직결된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대의원 중심 조직표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이번에 1인 1표제를 비롯해 권리당원 100% 투표가 확대되면, 온라인 기반 당원 조직과 강성 지지층에 우호적인 정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특정 인물 유불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개정 방향이 확정될 경우, 차기 전당대회와 공천 국면에서 계파 구도와 인적 쇄신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내 비주류 일각에서 당원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한 ‘강경파 중심 재편’을 경계하는 이유다.
당헌·당규 개정 절차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음 주께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원투표 결과가 어느 수준까지 조문에 반영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기된 자격 기준·지역 편중 우려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정치적 파장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향후 전당대회 규칙과 지방선거 공천 룰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당원 참여 폭과 지도부 재량 사이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민주당의 변화가 다른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논쟁으로까지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