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누리호4차발사대이송완료”…우주강국도약시험대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네번째 도전에 나선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을 싣고 우주를 향해 오를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된다. 발사체는 이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을 마치며 첫 관문을 통과했다. 업계와 연구계는 남은 기체 단 분리와 위성 사출 과정이 향후 한국 우주 수송 능력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26일 오전 11시 5분쯤 발사대 설치 작업을 모두 마쳤다. 4차 발사체는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1.8킬로미터가량을 이동해 발사대에 세워졌다. 강풍주의보와 비 예보 등 기상 변수 속에서도 발사대 이송과 기립, 엄빌리컬 연결 등 핵심 공정이 예정 범위 안에서 완료되면서 발사 준비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발사체 이송은 구조적으로 가장 민감한 단계 가운데 하나다. 누리호는 수십만 개 부품이 정밀하게 조립된 구조라 아주 미세한 충격도 센서나 배선, 탱크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로우주센터는 진동을 최소화한 특수 차량을 투입해 시속 약 1.5킬로미터 수준의 극저속으로 누리호를 옮겼다. 이동에는 약 1시간 10분이 걸렸다. 비 예보로 계획된 출발 시각은 오전 7시 20분에서 9시로 조정됐다.
발사대 도착 이후 누리호는 25일 오후 1시 36분 수직으로 기립됐다. 이어 전기, 연료, 산화제, 유공압 등을 공급하는 엄빌리컬 라인 연결과 기밀 점검이 이뤄졌다. 강풍주의보로 유공압 라인 연결과 누설 점검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일부 잔여 작업은 26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 단계가 끝나면서 발사 약 4시간 전부터 진행되는 추진제 주입만을 남겨두게 됐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발사 순간보다 이후 비행 단계 관리가 더 큰 관건으로 꼽힌다. 발사체는 이륙 후 수백 초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기체 단과 보호 구조물을 분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위치가 설계 범위에서 벗어나면 목표 궤도 도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가장 먼저 분리되는 부품은 3단부를 감싸는 페어링이다. 페어링은 발사 직후 극초음속 비행 구간에서 발생하는 강한 공기 저항과 마찰열로부터 위성과 상단 구조를 보호하는 금속 덮개다. 대기가 희박한 고도에 올라 보호 기능이 불필요해지면 무게와 공력 저항을 줄이기 위해 분리한다. 4차 발사에서는 발사 후 약 234초, 고도 201킬로미터 지점에서 페어링이 분리되는 것이 목표다. 이 단계에서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단부 무게가 설계치보다 커져 가속 성능이 떨어지고, 목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과거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사례 역시 페어링 분리 불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페어링 분리 후에는 여분의 연료를 모두 소진한 하부 단의 분리가 이어진다. 누리호는 3단 구조로 설계돼 있고, 1단과 2단, 3단이 순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1단과 2단 분리는 발사 후 약 125초, 고도 63킬로미터에서 계획돼 있다. 이후 2단과 3단 분리는 272초, 고도 257킬로미터 지점에서 이뤄진다. 각 분리 시점은 비행 궤적, 속도, 추진제 잔량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계산돼 있다. 분리 타이밍이 앞당겨지거나 늦어질 경우 상단부가 확보하는 속도와 고도에 괴리가 생기며, 궤도 진입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모든 단 분리와 비행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누리호 3단은 발사 후 807초 무렵 고도 600킬로미터의 임무 궤도에 진입한다. 4차 발사의 핵심 목표는 이 고도에서의 위성 사출이다. 첫 번째로 배출되는 주탑재위성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로, 대형 냉장고 크기에 약 516킬로그램의 무게를 가진 관측 위성이다. 이후에는 작은 가방 크기의 큐브위성 12기가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큐브위성 사출은 최근 발사체 경쟁에서 상징적인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소형위성을 한 번에 올려 복수의 민간·연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누리호도 이번 4차 발사에서 역대 가장 많은 12기의 큐브위성을 실었다. 수량이 늘어날수록 개별 사출관 동작, 타이밍, 회전 안정성 등에서 변수가 증가해 난도가 높아진다.
3차 발사에서 임무 성공 평가를 받은 누리호 역시 큐브위성 사출 변수에서 완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 우주날씨 관측 임무를 맡은 도요샛 4기 가운데 한 기는 사출관 문이 열리지 않는 기술 문제로 궤도 배출에 실패했다. 남은 3기만으로도 과학 임무 수행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사출 계통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4차 발사에서 12기를 모두 계획대로 궤도에 올릴 경우 누리호의 다중 위성 수송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위성 사출 성공 여부는 발사 후 1284초 시점에 최종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발사 성공 평가는 궤도 정확도, 위성 상태, 텔레메트리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다중 위성 사출 경험이 축적될수록 향후 민간 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국가 우주기관뿐 아니라 민간 발사 서비스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 유럽에서는 아리안스페이스, 일본에서는 신형 H3 발사체가 상업 위성 발사 수요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들 발사체는 수 톤급 위성을 정지궤도나 태양동기궤도에 올리는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상업 시장을 선점 중이다. 누리호는 아직 국내 임무와 기술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반복 발사와 정밀도 향상을 거듭하면 국내외 소형위성 발사 수요를 일부 흡수할 여지도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발사체 개발과 운영 체계를 장기 프로그램로 묶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사체 기술은 단일 성공에 그치지 않고 반복 운용과 신뢰도 통계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예산 배분과 발사 일정 관리, 상업 발사 제도 설계 등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이 우주 수송 인프라를 자립적으로 구축하고, 민간 기업 참여를 확대하려면 누리호 같은 국가 주도 발사체의 성공률과 운용 경험이 핵심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4차 발사가 기술적으로는 페어링 분리, 단 분리, 다중 위성 사출 등 기존 발사를 통해 확인된 난제를 다시 검증하는 자리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우주항공청 체제 아래에서 이뤄지는 첫 대규모 발사라는 점에서 정책·조직 차원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항공우주 분야 연구자는 반복 발사를 통해 누리호 신뢰도가 공인되면 이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민간 위성 발사 서비스 전환의 속도도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주항공청 발사관리위원회는 26일 저녁 회의를 열어 기상과 기술 상태를 점검한 뒤 4차 발사 시각을 확정할 예정이다. 잠정 계획대로라면 27일 0시 55분 누리호가 네번째로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이번 발사 성공이 한국형 발사체 기술을 상용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