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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국가 대전환 동인"…김민석 총리, 전 부처에 원팀 대응 주문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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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각 부처의 이해관계 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인공지능을 매개로 한 국가 대전환 구상을 내세우며 강한 조율 의지를 드러냈다. 과학기술과 국방, 산업을 아우르는 AI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에서 "인공지능은 우리 경제의 혁신을 촉진할 새로운 성장 엔진이자 국가 대전환의 강력한 동인"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로, AI 대전환을 핵심 의제로 다뤘다.

김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얼마 전 경주 APEC에서도 AI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소개하면서 "AI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 확대와 성장 토대의 단단한 다짐을 위해 정부가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AI 정책이 국정 최상위 어젠다임을 부각한 셈이다.

 

이어 김 총리는 "'모두를 위한 AI'라는 비전 아래 혁신의 성과가 골고루 확산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전 부처가 합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술 발전 혜택이 특정 산업이나 대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국민 체감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또 "국가 AI 대전환 AX이 오늘 회의의 주요 의제"라며 "국방, 과학기술, 산업 등 분야별로 진행되는 AI 대전환 논의를 통해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별 산발적 사업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회의로 관계장관회의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의 의장을 맡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부처 협업과 속도를 거듭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성공을 위해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우리가 원팀으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의 속도전이 또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가 R&D, 인공지능 기술 확보와 사업화를 위해 건설적이고 신속하게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추진방안, 국방 AX 전략, 제조 AX 추진방향, 한 아랍에미리트 국빈방문 AI 분야 성과 및 후속조치 등 모두 10개 안건이 상정돼 논의됐다. 경제·안보·산업 현안을 아우르는 패키지 논의가 이뤄진 셈이다.

 

우선 AI 민생 10대 프로젝트에는 AI 농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 AI 기반 보이스피싱 공동 대응 플랫폼, 아동청소년 위기 대응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정보 제공, 금융사기 예방, 아동·청소년 보호 등 생활 밀착 분야에 AI를 적용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AX 전략이 논의됐다. 정부는 거버넌스 강화, 인프라 구축, 환경·생태계 조성이라는 3대 축을 토대로 우선순위를 고려해 국방 전 영역에 AI를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AI 업무 총괄 조직을 정비하고 국방 AI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GPU 1만∼5만 장 수준의 국방통합 AI 데이터센터 구축, 2026년까지 5개소 규모의 국방 AX 거점 구축 등이 제시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GPU와 데이터 등 핵심 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고, 산·학·연 우수 연구자가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논의됐다. 첨단 AI 모델 개발과 실증, 사업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제조업과 관련해서는 민관 협의체인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AI 팩토리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AI 탑재 제품 신시장 창출에 힘쓰는 한편, 중소기업의 AI 활용을 돕기 위해 스마트제조 전문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AI 기반 스마트 제조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를 원칙적으로 매달 개최해 과학기술과 AI 정책 및 전략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석회의, 현장방문, 민간전문가 라운드테이블 등 다양한 형식을 병행해 민간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과의 간극을 줄인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리와 배 부총리를 비롯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송기호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자리해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과학기술 부처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는 향후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부처별 AI 사업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예산과 규제 개선 과제를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국회 역시 관련 법률과 예산 심사 과정에서 AI 대전환 전략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향후 정기 회기에서 과학기술·디지털 관련 의제가 본격적인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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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배경훈#국방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