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종합특검으로 내란 티끌까지" 정청래, 조희대 대법원 정조준…여권 사법라인 압박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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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사법부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 등 강경한 입법 드라이브에 더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내란청산 대상으로 겨냥하며 사법부 전반을 압박했다. 당 일각에서는 법원까지 추가 종합특별검사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정치권과 법조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내 사법개혁 완수 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내란 관련 사법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을 축으로 한 사법개혁 구상이 사실상 후퇴 없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사법쿠데타를 단호히 저지하고 사법개혁으로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청산이라는 국민 열망을 완성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연내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내란 수사와 재판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법부 구조 개편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다.  

 

정청래 대표의 발언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그는 3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 자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론화를 통한 신중한 사법제도 개편'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이제 와서 사법독립을 지켜달라는 이중적 태도가 기가 차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3대 특검이 종료되는 즉시 2차 추가 종합 특검으로 내란의 잔재를 끝까지 파헤쳐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내란 관련 3대 특검 수사 이후 곧바로 추가 종합특검을 가동해 내란 혐의와 연루된 정치권과 사법부, 행정부 전반을 다시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우겠다'는 표현을 통해 기존 수사를 넘어선 대대적 사법책임 추궁 의지를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 겨냥한 특검 수사 가능성도 거론됐다. 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테스크포스 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대법원 논의 의혹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이 합헌일 때를 가정해서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언론에서 보도됐었다"고 말했다.  

 

전현희 의원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대법원이 내란에 동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자가 '그것은 내란특검 수사 대상일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하며 "그 부분에 대해선 사실 조사가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원 사법행정 라인까지 특검 수사 선상에 올릴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대외 강경 메시지와 달리 실제 입법·수사 추진 일정과 방식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의 종합특검 발언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당 대표 말씀은 구체적 일정까지 포함한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3대 특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추가 특검을 신속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씀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이 헌법상 사법권 독립과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을 잘 반영하도록 심도 있게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한 대외 공세와는 달리 실제 법안 내용과 절차에서는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까지 자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만 남겨 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에 대해 8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내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요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뒤 상임위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밟아온 기존 관행과 달리,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뒤늦게 정책의총 논의를 예고한 셈이라 당 안팎에서는 '졸속 추진' 논란을 의식한 절차 정비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이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비치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특정 범죄에 대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재판 인사를 국회 다수당 의중에 따라 재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왜곡죄 또한 공소권 행사와 재판 판단에 대한 사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어 검찰과 법원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법안에 대해 또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 뒤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안의 처벌 범위가 오히려 핵심 책임자 처벌에 허점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지금 마련된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조만간 풀려나 길거리를 활보하거나 더 나아가 내란재판 자체가 무효화할 수 있다"며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안의 위헌 소지뿐 아니라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여야 대치와 별개로 사법부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 전국법원장대회를 열어 최근 내란 수사와 재판, 사법개혁 입법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부 독립 논란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회의 직전 '조희대 대법원'을 내란청산 대상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만큼, 법원 내부의 반발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될지 주목된다.  

 

정국 향배는 향후 국회 일정과 특검 수사 진행 속도에 따라 더 요동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연내 사법개혁 완수를 공언한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과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추가 종합특검 범위에 법원까지 포함될 경우 입법부·사법부 간 정면 충돌 양상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8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안 처리 전략을 가다듬게 된다. 여야와 사법부, 시민사회가 모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만큼, 사법개혁 방향과 속도, 특검 범위와 권한을 둘러싼 공방은 연말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내란 사법처리와 사법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헌정 질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후속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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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