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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따라 달린다”…인천에서 느끼는 숨 쉬는 가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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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따라 달린다”…인천에서 느끼는 숨 쉬는 가을의 여유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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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천을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바닷길의 도시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바람을 따라 도시 곳곳을 누비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도심에서 느끼는 맑고 청명한 하늘, 그리고 서해의 푸른 숨결이 어울려 일상 속 작은 여행이 된다.

 

10일 인천에는 초가을의 따뜻한 햇살이 쏟아졌다. 한낮에는 32도를 넘나드는데도, 동쪽에서 부는 바람은 도시를 감싸며 산책에 나선 사람들의 옷깃을 가볍게 흔든다. 한 아이 엄마는 “요즘처럼 하늘 높은 날엔 강화도까지 드라이브하며 하루쯤 보내고 싶어진다”고 체험을 전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천

강화도 길상면에 들어서면 강화루지가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는 짜릿한 체험을 선사한다. 루지 코스를 내려오는 동안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정상에서 케이블카로 만나는 서해의 탁 트인 풍경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360도로 펼쳐지는 전망대에서는 바다와 섬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풍광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현장에 다녀온 한 여행객은 “짧은 시간이라도 바다가 품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인천만의 매력 같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직접적인 숫자에도 묻어난다. 강화루지 등 놀이시설의 체험객 예약률은 가을 들어 20% 가까이 늘었고, 특히 주말이면 가족과 친구 단위 방문이 현저히 많아지는 추세다. 가까운 불은면의 옥토끼우주센터는 공룡, 우주, 로봇이 어우러진 전시와 체험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실감나는 체험존이나 사계절 썰매장 등 외부 시설은 활동적인 하루를 보내기에도 충분하다는 평이다.

 

김수현 관광 트렌드 연구원은 “계절이 바뀌는 지금, 도시는 잠시라도 자연에 기대고 싶은 사람들의 작은 쉼터가 된다”며 “인천의 바닷가나 체험형 공간은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SNS에는 “인천대교 위에서 바라본 노을은 잊을 수 없다”, “가족과 강화루지에서 깔깔 웃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도 꾸준하다. 일상이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 가까운 바다와 하늘을 찾아가는 작은 여유가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 특별한 준비 없이도, 도시 끝 바닷길을 따라 일상 탈출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많다.

 

인천대교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서해와 송도 국제도시의 강렬한 스카이라인이 함께 들어온다. 해 지는 저녁, 다리를 달리면 하늘과 바다가 붉은빛으로 물들며 마음마저 물드는 기분. 밤이면 조명에 물든 다리가 위태로울 만큼 아름답게 반짝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바람 좋은 계절의 인천을 걷는 이들은 그 안에서 조금씩 삶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지금 이 여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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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강화루지#인천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