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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연구자 선정 더 어렵다”…정부, 이공계 연구 생태계 개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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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연구자 선정 더 어렵다”…정부, 이공계 연구 생태계 개선 시사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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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구자들이 연구 경력단절, 학위 취득 후 기회 부족, 불확실한 일자리 등 구조적 난관에 직면해 있다. 독성학 분야에서 세계 상위 1% 피인용 연구자로 선정된 박은정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가끔 세계 1% 연구자가 되기보다 한국에서 중견연구자가 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한다”며 국내 연구 생태계 내 기회 불균형을 짚었다. 업계는 젊은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미래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박 교수는 1일 열린 ‘프로젝트 공감118’ 현장간담회에서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42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가까스로 선정돼 연구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피인용 1% 연구자로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견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에는 일곱 차례 연속 탈락했다고 소개했다. “기회가 한정돼 연구에 몰입하기 어렵고, 청년연구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혁채 1차관이 경희대를 찾아 경희대 석·박사 과정생을 비롯한 청년연구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취지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학위 이후 경력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학원 진학 후 취업이나 경력 쌓기에 실질적 이점이 없고, 최저 생계 유지조차 고민되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박사과정생 및 연구자들은 민간기업 협력 확대, 안정적 연구 직무 확대 등 구체적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박은정 교수 사례에서 보듯, 정부 연구지원 체계는 박사학위 취득 시점·나이 제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우수 인력 유입과 지속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연구자 경력 다변화를 허용하며 융합 인재 확충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지원제도 문턱이 높아 연구 청년층의 탈이공계 움직임과 ‘의대 쏠림’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청년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한 사회적 기여 및 혁신 창출 동기 유발보다, 생존을 위한 단기 목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연구비, 인건비 등 현실적 개선 요구를 제기했다. 정부 역시 연구 생태계의 토대를 다지는 근본적 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구 차관은 “기본연구, 풀뿌리 연구 등 안정적 기반을 위해 연구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일자리 및 민간 연계 정책을 다각도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예산·지원 확대를 넘어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구조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연구자 개개인의 커리어 다양성이 산업혁신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역시 기회 불균형 해소와 경력 경로 확장이 신기술·학문 발전의 필수조건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기회의 균형이 미래 과학기술 혁신의 핵심이 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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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경희대#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