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 속을 걷는다”…경주 유적에서 발견한 삶의 온기
요즘 경주를 다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수학여행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어른의 감성 여행지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사소한 골목길부터 찬란한 유적까지, 그 안엔 각기 다른 마음을 담은 여행자들이 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흔적이 녹아 있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 불국사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고요한 산사, 그리고 석가탑과 다보탑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오랜 세월의 온기를 전한다. 불국사 경내를 걷다 보면 “내가 이 시간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경북 경주시 태종로의 황남빵은 한 세기가 가까운 역사를 품고 있다. 평범한 팥빵이지만, 얇은 껍질과 촘촘한 팥소가 어릴 적 추억을 일깨운다. 여전히 줄을 서서, 누군가는 오래 묵힌 사연을 주섬주섬 꺼내 놓기도 한다.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에선 낮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난다. 맞은편 불빛과 물결 위에 일렁이는 건물 그림자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연못가를 걷는 연인의 뒷모습, 어린이의 환한 웃음, 어른의 조용한 미소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추억의달동네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의 골목과 교실, 오래된 상점이 섬세하게 재현된 이곳에서 기성세대는 어릴 적 동네를 떠올리고, 젊은 세대는 “이런 곳이 진짜 있었나?”며 신기해한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 복고 감성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근래 SNS에선 ‘경주 감성 여행’ 해시태그가 증가 추세다. 여행리뷰엔 “예상 외로 조용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반응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서도 경주 주요 문화유산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결과가 이어진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수현은 “경주는 단지 유적만이 아닌,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사람과 기억의 도시다. 고즈넉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기운이 여행자를 끌어들인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비슷하다. “황남빵 한 봉지 사서 가족이랑 나눠 먹었다”, “불국사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는 글이 이어진다. 이젠 여행이 단체 관광이 아닌, 내 삶을 돌아보는 조용한 체험으로 바뀌는 셈이다.
경주에서의 하루는 찬란하지 않아도 깊고, 특별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