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기술동맹 가속”…현대차·기아·미쉐린, 전동화 주행력 제고→3차 협력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과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으며 전동화 시대 주행 성능의 기준을 재정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대차·기아는 24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미쉐린과 타이어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3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사는 향후 3년 동안 타이어 성능을 고도화하고 가상 개발 역량을 확장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 차세대 전기차와 고성능 차량의 주행 퍼포먼스를 한층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3차 협력은 2017년과 2022년에 이어 이어지는 연속적인 기술 동맹이다. 양측은 1·2차 공동연구를 통해 후륜구동 전기차에 최적화된 타이어 규격을 도출했으며, 실제 주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타이어 마모 특성과 내구 성능에 대한 계량적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연구 성과가 전기차 특유의 고토크, 높은 중량, 회생제동 시스템에 대응하는 타이어 설계 기준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전기차 효율성과 직결되는 회전저항 최소화, 고속 주행 시 제동 안정성 확보 등은 향후 글로벌 전기차 경쟁 구도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새로운 협약에 따라 현대차·기아와 미쉐린은 내년부터 3년 동안 타이어 성능 향상,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 상호 기술 역량 교류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우선 타이어 성능 향상 부문에서는 초저회전저항 타이어 개발과 스마트 그립 기술을 활용한 차량 제어 고도화에 주력한다. 초저회전저항 타이어는 구름저항을 극단적으로 줄여 전비와 연비를 개선하는 동시에, 접지력과 제동 성능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 분야로 꼽힌다.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1퍼센트의 손실도 허용하기 어려운 완성차 업체들은 타이어 제조사와의 정밀한 협업을 통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 그립 기술은 노면 상태와 주행 조건에 따라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 특성을 정교하게 관리해, 전자식 제어 장치와 연동된 종합 주행 안정화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양측은 특히 고속주행 상황에서 차량의 한계 핸들링 성능과 제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와 스포츠 세단뿐 아니라, 대형 SUV와 고급 세그먼트 차량에서 요구되는 차체 거동의 예측 가능성과 제어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동화가 가속화될수록 타이어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차량 동역학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재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 부문에서는 오프로드 타이어 개발 환경 개선을 위한 버추얼 시뮬레이션 고도화와, 이를 포괄하는 버추얼 기술 개발 프로세스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현대차·기아와 미쉐린은 다양한 노면, 하중, 온도 조건을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해 실제 시험 주행에 앞서 수백 가지 설계안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와 도심–고속도로 겸용 타이어의 성능을 사전에 예측하고, 물리 시험 횟수를 줄여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가상 개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타이어 영역에서도 버추얼 공학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호 기술 교류는 협력의 품질을 좌우하는 인적 역량의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기아는 차량과 새시 구조, 서스펜션 및 제동 시스템에 대한 교육 과정을 운영해 타이어 설계 시 실제 차량 거동 특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반대로 미쉐린은 타이어 구조 설계, 재료 공학, 패턴과 프로파일 설계, 성능 평가 절차에 대한 전문 교육을 제공해, 완성차 엔지니어들이 타이어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교차 교육 체계가 부품사와 완성차 간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초기 개발 단계부터 공동 기획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파트너십 모델로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네시스 설계센터장 신용석 상무는 3차 기술 협력에 대해 모빌리티와 타이어에 특화된 각각의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해 차량의 주행 퍼포먼스로 구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이 교차하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타이어는 단순한 접지 부품이 아니라 차량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노면 위에서 검증하고 완성하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분석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전기차 보급 확대와 고성능 세그먼트의 성장세는 타이어 기술 요구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고토크 전기 파워트레인과 대형 배터리로 인한 중량 증가는 타이어에 높은 하중과 열 부담을 가하며, 저소음·저진동 요구까지 겹치면서 기술적 난도가 크게 상승한 상태다. 여기에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다목적 SUV 수요, 고급 브랜드의 정숙성과 승차감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타이어는 더 이상 획일적인 규격품이 아닌, 차량 콘셉트와 시장 포지셔닝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된 맞춤형 부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와 미쉐린의 3차 협력이 단기적인 신차 성능 향상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타이어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버추얼 시뮬레이션 기반의 공동 개발 프로세스가 정착할 경우, 신차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타이어 사양과 섀시, 전자제어 시스템이 동시에 설계되는 통합 엔지니어링 체계가 갖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자, 미쉐린에게도 고부가가치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양사의 협력은 전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교차하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를 비추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읽힌다.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부품사는 더 이상 독립된 개발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상호 의존적 파트너로 재편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미쉐린의 3차 기술 동맹이 향후 어떠한 구체적 제품과 주행 경험으로 귀결될지, 전기차와 고성능 차량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그 파급력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