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촉진자로 연대하자"…이재명, 알시시와 한반도·중동 국제평화 공조 천명
한반도와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평화 의제와 방산·경제 협력을 매개로 외교 무대에서 맞붙었다. 두 정상은 평화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며 한반도와 가자지구를 잇는 국제평화 공조 구상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로서 한반도와 중동을 포함한 국제평화에 함께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와 가자지구를 둘러싼 중동 상황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최근 한반도 및 중동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며 "알시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공존 및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국제 지지 기반을 중동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이 대통령은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한 이집트의 역할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저도 이집트가 가자지구 휴전과 재건, 나아가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으며 한국 정부도 가자 난민이 겪는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집트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서로의 역할을 지지하며 동시에 국제평화를 위해 연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는 아프리카·중동·유럽을 잇는 핵심 허브이며, 대한민국은 성공적 발전 경험과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한 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이른바 한 이집트 CEPA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인 CEPA 협상이 조속히 게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경제자유구역 조성, 한 이집트 사회보장 협정 등 후속 협력사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방위산업 협력은 정상회담 결과 중 핵심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K-9 자주포 공동생산으로 대표되는 양국의 방산 협력이 앞으로 FA-50 고등훈련기 및 천검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형 자주포에서 고등훈련기와 정밀유도무기 체계로 협력 범위를 넓혀 이집트와의 장기 방산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 방산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한국의 높은 방산 기술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으며, 공동생산 등 호혜적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한 이집트 간 방산 공동생산 모델이 지상전력에 더해 항공·미사일 분야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교육과 문화 분야도 협력 의제가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교육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과학 교육·한국어 교육·직업기술 교육에 더해 각종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학생 교류를 앞세운 인적 네트워크 강화가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된 셈이다.
문화 산업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집트는 중동의 문화 콘텐츠 선도국인 동시에 K 콘텐츠의 인기가 매우 높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 체결한 문화협력 MOU를 통해 공연예술·출판·박물관 등 분야에서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류와 이집트 전통문화의 상호 교차를 통해 문화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안보 현안과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가 맞물린 시점에 이뤄진 이번 회담이 한국의 중동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경제·문화 전방위 협력이 병행될 경우,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될 여지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한 이집트 CEPA 협상 및 방산·교육 협력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후속 협의에서 조율할 방침이다. 국회는 관련 제도 정비와 예산 지원 필요성을 놓고 차기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