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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파도 따라 걷는다”…태안에서 만나는 이색 체험과 해변의 위로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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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삐 흐르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고요함을 찾으려 태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때 복잡한 휴양지로 여겨졌던 곳이지만, 이제는 서해 특유의 바람과 조용한 해변, 그리고 이색적인 체험이 어우러진 ‘나만의 휴식처’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사소한 여행지의 선택 안에는, 내면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새로운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태안군을 찾은 여행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평화를 발견한다. 충남 태안군 고남면의 바람아래관광농원에서는 아이와 손을 잡고 미로공원을 헤매는 가족들이 쉽게 보인다. 가변식 미로를 통과하며 서로 길을 알려주다가도, 엉뚱한 출구에서 마주 웃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추억이 된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이런 체험을 하니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한 여행객은 소감을 표현했다.

꽃지해수욕장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꽃지해수욕장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조용히 자신만의 걸음을 내딛고 싶다면 청포대해수욕장이 좋은 선택이다.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도시의 무게가 어깨에서 내려앉는다. 특히 해질녘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일 때, SNS에는 ‘힐링의 바다’, ‘재충전의 순간’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곳 풍경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운여해변이나 안면도 같은 곳도 놓칠 수 없다. 운여해변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물길, 그리고 해질녘 붉은 하늘이 어우러지며 서해만의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이국적인 풍경 같았다”거나 “말 없이 오래 바라보고 싶은 해변이었다”는 후기가 공감대를 넓힌다. 안면도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표정의 해변과 전망이 주는 여유로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흐름은 관광업계 수치로도 드러난다. 가족 단위 체험형 관광지와 고즈넉한 자연휴식처에 대한 문의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는 업계 전언이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붐비는 장소 대신 오감을 깨우는 조용한 여행, 나 또는 가족과 고요히 머무르는 공간을 선호하는 심리적 변화가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일상 속 작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여행의 디테일에도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안면도 길목의 해미읍성왕꽈배기 태안점 같은 간식 가게에서 머무는 짧은 순간조차 “여행의 행복은 아주 작은 경험에서 온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지역 커뮤니티와 후기에서는 “차분한 바다,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들, 맛있는 꽈배기 한입까지—모든 게 천천히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처럼 느껴졌다”며 여행의 소소한 감상을 나눈다.

 

태안에서의 하루는 거창하지 않다. 미로공원의 소란스러운 웃음도, 갯벌 위 사색도, 해변의 뜨거운 햇살도 각자의 분위기대로 기억 속을 물들인다. 그만큼 떠나온 길 위의 작고 평범한 경험들이, 이곳에서는 특별한 여운이 돼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태안의 해변과 마을을 거닐며 우리는 무심코 흘려보냈던 쉼과 여유의 가치를 다시 찾는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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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안면도#청포대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