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 반도체로 AI 3대 강국 도약…정부, 2026년을 분기점으로 본다

전민준 기자
입력

국산 AI 반도체와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이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을 가를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제도와 인프라 기반을 정비하고, 2026년을 아시아 태평양 AI 허브 경쟁의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다. 업계는 내년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 집행과 함께 AI 반도체 성능지표 K-Perf 확산이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국산 칩의 존재감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AI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 축사에서 2026년을 한국 AI 산업의 본격적인 도약 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2025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고, 2026년에는 아시아 태평양 AI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특히 AI 3대 강국 전략의 필수 조건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꼽았다. 글로벌 초거대 모델과 견줄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 모델을 국내 기술로 구축해야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추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범용 초거대 모델뿐 아니라 분야별 전문 파운데이션 모델을 병행 육성해 과학기술, 의료,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 동료 연구자 개념을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AI 인프라 측면에서는 GPU 중심 구조를 보완할 대안으로 NPU 고도화를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양자와 AI를 미래 전략 축으로 제시하면서, 전용 AI 연산칩인 NPU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께부터 시작된 국내 NPU 개발이 이제 일정 수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 진입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산업계 주도의 국산 AI 반도체 성능평가 체계인 K-Perf 협의체 출범식도 함께 열렸다. 주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12개사, 유관기관 3개 기관이 참여한 이 협의체는 K-Perf 성능지표의 발굴, 확산, 고도화를 공동 추진한다. K-Perf는 실제 서비스 환경을 최대한 반영해 수요기업이 제시한 다양한 워크로드별로 측정 모델과 조건, 지표를 세분화한 국산 AI 반도체 전용 성능지표다.  

 

기존 GPU 중심 벤치마크가 서버 환경의 이론 성능에 치우쳤다면, K-Perf는 실제 응용 서비스에서의 처리 지연, 에너지 효율, 모델 유형별 처리량 등 현장 중심의 지표를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수요기업이 NPU를 도입할 때 실사용 환경과 유사한 성능 데이터를 비교·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업계는 K-Perf를 통해 국산 AI 반도체의 강점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 엣지 디바이스, 온디바이스 AI 등 다양한 시장에서 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배 부총리는 내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35조 5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으며, 이 가운데 약 10조 원을 AI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예산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AI 반도체 설계·제조·소프트웨어 최적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 데이터 구축 등 전 주기 지원에 활용될 전망이다. 그는 내년을 실질적인 성과 창출의 원년으로 규정하며, 기업과 연구계가 함께 성과 도출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배 부총리는 또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과학기술 전 분야에 AI가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연구 동료로 받아들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재, 에너지, 바이오, 우주 등 각 전문 분야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과 서비스를 구축해 연구 효율을 높이고,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복잡계 문제 해결에 AI를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점에서는 AI 인프라와 K-AI 반도체 전략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자국 클라우드와 AI 반도체를 연계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고, 유럽도 데이터 주권과 AI 규제 체계를 앞세워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국산 AI 반도체와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한 통합 플랫폼을 조기에 안착시킬 경우, 특정 해외 GPU나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서비스 실험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부총리는 정부가 기업과 연구자들이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는 국산 AI 반도체가 메모리 중심의 K-반도체 성공 신화를 잇는 차세대 성장 축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산 집행과 K-Perf 기반 성능평가 체계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 제도와 생태계가 맞물릴 수 있을지가 AI 3대 강국 도약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민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배경훈#ai반도체#k-pe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