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투자 반조 달러 부담 커진다”…뉴욕증시 반등에도 성장주 변동성 확대 우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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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1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일 급락 이후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장초반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부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비트코인 조정 등 복합 요인이 겹친 가운데 나타난 것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이를 기술적 저가매수에 가까운 반발인지, 방향성 전환 신호인지 평가를 보류한 채 신중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오전 10시 36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 지수는 28.49포인트(0.44%) 오른 6,567.25를 기록 중이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72.8포인트(0.33%) 상승한 22,150.85, 다우존스 지수는 251.55포인트(0.55%) 오른 46,003.81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다우 45,752.26, S&P 500 6,538.76, 나스닥 22,078.05까지 밀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흐름은 전일 낙폭의 일부를 되돌리는 양상이다. 나스닥 100 지수도 24,116.32로 0.26% 오르고 있으며,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5.13으로 4.77% 하락해 과열됐던 공포 심리가 다소 진정됐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 역시 0.62% 상승하며 위험자산 전반에 반발 매수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다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찰스 슈왑 자료에 따르면 전일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전고점을 돌파한 뒤 저점까지 밀리는 ‘아웃사이드 데이’를 기록하며 급락했고, S&P 500 지수는 100일 이동평균선(6,544선)을 처음으로 하회해 2개월래 저점권으로 떨어졌다. S&P 500 구성 종목 가운데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32%를 밑돈다는 점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조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전일 VIX가 장중 28선을 돌파했다가 26선 위에서 마감한 점을 고려하면, 이날 조정은 과도한 공포 심리가 일부 되돌려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이날 장초반 반등의 배경으로 개장 전 선물 시장에서 감지된 강한 매수세를 꼽았다. 다우, S&P 500, 나스닥, 러셀 2000 선물지수가 일제히 0.5% 안팎 상승 출발하면서, 현물 시장에서도 그 기조가 상당 부분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일에도 장초반 강세가 장 마감 무렵 모두 반납된 전례가 있는 만큼, 단기 방향성에 대한 성급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시장 핵심 테마로 자리잡은 AI 인프라 투자는 기회이자 부담 요인으로 동시에 부각된다. 반도체 기업과 클라우드 업체들이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AI 서버 투자가 반조(兆)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자금 조달 구조가 실물 현금 창출보다 부채와 레버리지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사 AI 칩 구매를 위한 자금을 융통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AI 붐이 과다 신용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부담은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성장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개별 종목에서는 서학개미가 집중적으로 보유한 종목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 이날 장초반 엔비디아는 178.11달러로 1.4% 하락하는 반면, 테슬라는 399.5달러로 1.08% 상승세를 보인다. 알파벳 A는 299.2달러로 3.37% 급등했고, 애플은 266.98달러로 0.27% 소폭 오름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77.02달러로 0.29% 하락하는 등 ‘빅테크’ 내에서도 혼조 양상이 이어진다. 인베스코 QQQ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등 나스닥 대표 상장지수펀드(ETF)는 각각 0.3%, 0.66% 오르며 지수와 유사한 안정적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개별 성장주의 등락 폭은 종목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집계에 따르면 11월 19일 기준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종목은 테슬라(37조 417억원), 엔비디아(25조 7,925억원), 팔란티어 테크(9조 321억원), 알파벳 A(7조 262억원), 애플(6조 7,581억원), 인베스코QQQ(5조 2,630억원), 아이온큐(5조 2,614억원), 마이크로소프트(5조 1,655억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4조 5,474억원), 뱅가드 S&P 500 ETF(4조 3,970억원) 순이다. 전일 대비 증가액으로는 엔비디아(+8,172억원), 테슬라(+2,996억원), 알파벳 A(+3,784억원), 인베스코QQQ(+476억원) 등 AI·빅테크·나스닥 ETF에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이 데이터는 11월 19일 기준으로, 21일 장초반 주가와는 시차가 있는 만큼, 보관금액 증가는 단기 수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19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종목 보관금액 총액은 169조 1,752억원으로 이전 집계일 대비 1조 7,548억원 증가했다. 상위 50종목에 대한 보유 규모는 10월 31일 185.2조원에서 11월 3일 187.5조원으로 확대됐다가, 11월 6일 176.5조원, 11월 13일 169.4조원, 11월 18일 167.4조원을 거쳐 11월 19일 169.2조원으로 조정됐다. 수치상으로는 단기 고점 대비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상당한 잔고가 유지되고 있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증시 참가는 변동성 국면에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 브로드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 각종 나스닥 레버리지 ETF, 고위험 성장주에 증가액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들어 미국 증시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총 보관금액은 1월 167.71조원에서 3월 142.40조원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10월 250.78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11월 226.92조원(11월 보관금액 기준)으로 되돌림을 겪고 있다. 10월 고점 대비 9.5% 감소는 주가와 환율 하락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11월 21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5원으로 전일과 같은 수준을 유지해 환율의 추가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나스닥지수가 최근 한 달 새 23,941.8포인트에서 22,078.05포인트로 하락한 가운데 성장주 밸류에이션 조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3월 140조원대에서 11월 220조원대까지 확대된 중장기 추세를 감안하면, 한국 투자자의 해외 분산투자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 종목 성과와 선호도 간의 괴리도 포착된다. 11월 19일 보관금액 증가액 상위 종목에는 엔비디아(+8,172억원),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4,260억원), 알파벳 A(+3,784억원), 테슬라(+2,996억원), 브로드컴(+1,623억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982억원), 아마존닷컴(+505억원), 인베스코QQQ(+476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반도체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은 21일 장초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매수 직후 단기 조정에 직면한 투자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알파벳 A, 테슬라, 인베스코QQQ 등은 강세를 보이며 최근 매수에 나선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알파벳 A가 3%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테슬라도 400달러에 근접하며 회복을 시도하는 흐름은, 한국 투자자 포트폴리오의 양대 축인 전기차·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메타 플랫폼과 아마존닷컴 등 다른 빅테크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퀀텀컴퓨팅 관련주 아이온큐는 3%대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부 반도체·레버리지 ETF는 약세를 보여, AI·반도체 섹터 내부에서도 종목 간 선호와 평가가 미세하게 갈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AI 전체를 단일 테마로 묶기보다 각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 부채 구조를 개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거시 환경 측면에서는 이날 발표를 앞둔 경제지표와 연준 인사 발언에 투자자의 시선이 쏠렸다. 웰스파고는 미국 S&P 글로벌의 11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지수 확정치가 시장 방향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PMI는 소폭 하락하더라도 50을 웃도는 확장 국면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심리는 전월 50.3에서 50.6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일 발표된 9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11만9천명 증가하며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확인한 가운데,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동시에 상승한 점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간 미묘한 균형을 시사한다.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도 증시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찰스 슈왑 자료에 따르면 전일 뉴욕 연방준비은행 윌리엄스 총재가 정책 완화 여지를 언급하면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인하 확률은 장중 39%에서 71%까지 뛰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장기 국채금리 하락으로 연결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성장주·기술주에 단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11월 고용지표 발표가 12월 16일로 연기되면서 연준이 충분한 실물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 점은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된다. 1년과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각각 4.7%, 3.6%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준 내부에서도 12월 인하를 둘러싼 이견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 또한 뉴욕증시 변동성과 연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소매판매와 프랑스 제조업 신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유로존 서비스 PMI는 개선되며 성장 모멘텀이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생산자물가(PPI)와 일본 소비자물가(CPI)가 함께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줬고, 호주 제조업·서비스 PMI는 확장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지역별 온도 차는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며 원·달러 환율에도 완만한 상방 압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21일 환율이 1,475원으로 전일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환차손·환차익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편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시장 조정은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에 미묘한 부담을 얹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비트코인이 10월 초 12만5천달러 안팎의 고점에서 30% 넘게 하락했고, 8만4천달러 부근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전체 비트코인 보유분 중 약 37%가 평가손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코인베이스, 서클 인터넷 그룹,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관련주는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변동성이 직접적으로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와 연결되지는 않지만,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심리를 민감하게 만들며 성장주·레버리지 ETF 수급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종합하면, 이날 뉴욕증시의 장초반 반등은 전일 급락 이후 기술적 저가매수, 연말을 앞둔 연준의 완화적 발언, 그리고 미국·유럽·아시아 주요 경제지표가 경기 급랭도 과열도 아닌 중간 지점을 가리킨 데 따른 안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상위 10대 보유 종목에 막대한 자금이 여전히 묶여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와 반도체·레버리지 ETF 등 일부 고위험 종목은 보관금액이 늘어난 직후에도 잦은 조정을 겪고 있어 단기 수익률 변동 리스크가 상존한다. AI 인프라 투자 부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 변동성이 겹치면서 이런 자금 집중 구조는 향후 성과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제사회는 뉴욕증시 발 기술주 변동성이 글로벌 자본 흐름과 투자 심리에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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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엔비디아#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