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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해소 간절”…조희대, 이재명 선거법 판결 의혹에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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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신뢰를 둘러싼 논란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싼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은 대선 개입 의혹에 “사적 만남·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국정감사장에선 긴장감으로 묵직한 침묵과 날 선 질의가 오갔으며, 조 대법원장은 판결 외 발언 자제를 분명히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0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많은 위원께서 지적하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저의 행적에 대해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고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일부 위원 질의에 언급된 이들과 사적 만남은 물론,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신속 판결 배경 논란과 관련해선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처음으로 심경을 드러냈다. 다만 “재판 심리와 판결 성립 경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합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 전합 12명 대법관이 함께 심리한 재판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며 판결문 중심의 판단만이 유일하게 공적인 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저 역시 오랜 법관 생활에서 재판과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해 왔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법관이 그 무게를 더욱 느꼈을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온 질의 취지를 깊이 새기겠다. 사법부 신뢰와 국민 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대법관 증원, 영장제도 등 관련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며 “앞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법관 윤리 문제에 대해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처신을 신중히 하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향후 법관연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윤리 의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법관 윤리에 반하는 행동 예방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약 90분간 침묵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 질의에 정면만 응시했고, 오전 휴정 뒤 자리를 떴다. 그러나 자정께 국감장에 재입장해 마무리 발언을 내놨으며, 추미애 위원장의 거듭된 질의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검증 형태의 두 번째 국정을 예고했다. 정치권은 대법원 판결 신뢰를 둘러싼 진실 규명 의지와 정치적 공방이 맞서는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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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이재명#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