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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쿠팡"…이탈 대신 잠긴 소비자, 플랫폼 의존 노출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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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도 소비자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국내 플랫폼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활 전반에 깊게 스며든 새벽배송과 로켓배송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개인정보 침해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대체 플랫폼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플랫폼 잠금 효과와 중국발 이커머스 견제 정서가 결합하면서, 데이터 보호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 이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정부 차원의 데이터 규제 프레임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이용자들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3일 X에는 쿠팡 배송기사들을 응원하는 쪽지 사진이 공유됐다. 쪽지에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분노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계 플랫폼으로 이동하기는 꺼려진다는 소비자의 고민이 담겼다. 댓글에는 중국 플랫폼 대신 쿠팡을 선택하겠다는 정서, 테무의 배송 신뢰도에 대한 불신 등이 이어졌다. 개인정보 보호 실패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일상 인프라처럼 자리 잡은 서비스 편의성 때문에 당장 이용을 끊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맞물리고 있다.

맘카페 등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진다. 영유아 부모들은 기저귀, 분유, 육아용품 등 생필품 대부분을 쿠팡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서비스 중단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특히 새벽배송과 익일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경우 배송 시간, 상품 구성, 반품 편의성 등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한 쿠팡의 서비스 구조가, 데이터 유출 같은 중대한 사고에도 단기간 이탈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데이터는 이용 행태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드러나기 전인 지난달 22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561만 명 수준이었다. 같은 달 22일부터 28일까지 평균 DAU는 1594만 명이었다. 그러나 정보 유출 사태가 공개된 이후 지난달 30일에는 1746만 명, 이달 1일에는 1799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유출 전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약 9.5퍼센트, 12.9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단기적으로는 논란이 오히려 앱 실행과 트래픽을 자극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숫자가 단순한 충성도 지표를 넘어, 국내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 의존과 데이터 리스크가 얼마나 밀착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쿠팡과 같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은 방대한 로그 데이터와 구매 이력, 위치 정보, 결제 정보를 기반으로 정교한 개인 맞춤형 추천과 재고 운영, 물류 최적화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기업에 전략 자산이지만, 유출이나 오남용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는 구조적으로 선택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위험을 떠안게 된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는 중국계 플랫폼에 대한 경계심이 추가로 작동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중국 기업에 결제 데이터와 소비 패턴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쿠팡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자본이 결합한 쿠팡을 중국발 이커머스와 비교하며 상대적 안전판처럼 인식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플랫폼 국적과 무관하게 개인정보 보호 수준과 보안 관리 체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국적 프레임으로 소비자 선택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대형 이커머스 기업 대상 개인정보 규제는 이미 고강도 국면에 들어섰다. 유럽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최소 수집, 목적 외 이용 금지, 데이터 이동권 보장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미국 역시 주별 프라이버시 법제를 확대하며 아마존 등 빅테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추세다. 반면 국내에서는 플랫폼 경쟁력과 소비자 편의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정보 유출 때마다 과징금과 재발 방지 대책 수준의 사후 대응이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 사태가 이커머스 플랫폼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대해 데이터 최소 수집 설계, 민감정보 분리 보관, 암호화 수준 고도화, 침해 사고 공시 의무 강화 등 구조적 개선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새벽배송과 원클릭 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자체가 플랫폼 변경 비용을 높이고 있어, 제도권에서 이용자 권리 보장 장치를 더 공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과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서비스 편의, 플랫폼 경쟁력 간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모아진다. 쿠팡 사태 이후에도 수치는 성장을 가리키고 있지만, 이용자의 불안과 불신이 누적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와 규제 환경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일시적 악재로 끝날지, 아니면 데이터 거버넌스 재편의 분기점으로 이어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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