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시간에 스며들다→삼척 문화예술회관에서 ‘세기의 사나이’ 무대
빛이 드리운 무대 위, 오래된 시간의 감촉이 관객의 마음에 잔잔히 번진다. 삼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채우는 숨결 속에서 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한 사람의 삶에 깃든 시대의 무게를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평범한 인물 박덕배의 125년 인생, 그의 눈으로 마주한 근현대사의 흐름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그 서사 속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역사와 감정을 다시금 더듬는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펼치는 이 작품은 만화적 상상력 위에 촘촘하게 쌓아 올린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3·1운동에서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이름 없는 누군가의 소박한 일상과 커다란 사회의 격변이 번갈아 교차한다. 웹툰을 보는 듯한 신선한 무대 언어와 배우들의 깊은 열연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기억이 아닌, 살아 있는 시간의 질감을 선사한다.

이번 연극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공연예술 유통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품격 있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의 새로운 장을 연다. 삼척시는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 예술을 지리적 한계 너머 삼척 시민 곁으로 옮겨와, 밀도 높은 무대 예술의 감동을 직접 맛볼 기회를 마련했다. 공연의 곳곳에서 관객들은 박덕배의 시간을 살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겹쳐 읽고 해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대의 한켠에서 한 관객은 “박덕배라는 이름에 담긴 일상적 그러나 특별한 서사가, 긴 세월 우리 선조들의 삶과 나란히 떠오른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극단 명작옥수수밭 관계자는 “연극을 통해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어떻게 만나는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확장하려는 삼척문화예술회관의 노력은 미래의 지역 문화 지형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한다. 9월 13일 오후 5시, 삼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세기의 사나이’는 박덕배라는 평범한 인물 속에 깃든 세기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픈 이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울림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