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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외교 발전에 보탬되고 싶다”…미국 영주권 포기한 청년, 공군 통역장교로 날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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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장교들의 선택과 각자의 사연이 맞부딪치며 공군의 새로운 세대가 출발했다. 군은 인구 절벽과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전문성과 헌신을 겸비한 장교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군은 24일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대연병장에서 제155기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을 열고 신임 장교 168명을 임관시켰다고 밝혔다. 여군은 50명으로, 공군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지닌 인력을 각 병과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기본군사훈련단에 입영한 후보생들은 약 3개월 동안 체력과 정신력, 리더십을 비롯한 기본 소양 교육과 병과별 전문훈련을 받았다. 공군은 학사장교 제도를 통해 현역 장교단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으며, 이번 기수 역시 안보·외교·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 전공자를 선발했다고 전했다.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상이 수여됐다. 방공포병 병과 김경래 소위가 국방부장관상을 받았고, 보급수송 병과 유은제 소위가 합동참모의장상을 수상했다. 인사교육 병과 박승현 소위는 공군참모총장상을, 같은 병과의 박종혁 소위는 교육사령관상을 받았다. 공병 병과 선재하 소위에게는 기본군사훈련단장상이 돌아갔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신임 장교들도 주목을 받았다. 통역 장교로 임관한 권재욱 소위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미국 영주권 취득 기회를 얻었지만 한국 안보와 군사외교에 기여하겠다며 공군을 택했다.  

 

권 소위는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뒤 중국 푸단대학교에 진학해 국제법과 국제정치를 전공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으로 진로를 옮겨 동북아 안보를 연구했다. 지난해에는 외교부 군축·비확산 청년사절단으로 활동하며 한국 청년 대표 자격으로 REAIM 안전하고 책임있는 인공지능의 군사적 사용 고위급회의에서 정책제안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강점인 어학능력을 살려 공군 통역장교로 임관한 만큼 군사외교 발전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장교로서의 첫 각오를 전했다. 공군은 권 소위와 같은 통역 인력들이 한미동맹과 다자 안보협력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차례 군 생활을 경험한 이도 새 출발선에 섰다. 조종 병과 황희일 소위는 공군 부사관과 공군 장교, 육군 군무원 등을 거쳐 네 번째 군번을 받았다. 황 소위는 조종사의 꿈을 위해 다시 장교 후보에 지원해 임관에 이르렀으며, 공군은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이 전투기 조종사로 양성될 경우 전력 운용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족 대를 이은 장교들도 눈길을 끌었다. 항공무기정비 병과 김은지 소위는 공군 장교 출신 할아버지와 육군 장교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었고, 정보 병과 김지환 소위는 공군 장교 출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공군은 장기간 군 복무 전통을 가진 가문 출신 장교들이 조직 문화 안정과 후배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군 관계자는 학사장교 제도가 전문 인재 확보에 중요하다면서도, 안보 환경 변화에 맞는 교육과 실무 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공군은 신임 장교들을 각각의 병과와 부대로 전속시켜 실무에 투입하는 한편, 향후 추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중장기적인 지휘·참모 인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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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욱소위#공군학사장교#공군교육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