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신뢰회복 전면에 나선다…서울시의사회, 통합돌봄·지속가능 정책 예고
의료정책과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이 겹치는 시점에 서울특별시의사회가 2025년 의료 환경 재정비에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와 교육·수련 체계 불안,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정책 추진으로 의료 시스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직역단체가 통합돌봄과 지역 일차의료 강화를 축으로 의료 정상화와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사회 행보가 향후 원격의료, 통합돌봄 플랫폼, 지역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정부·대서울시 협의의 전면에 나서는 만큼, 의료계와 정책 당국의 힘겨루기가 한층 가시화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의정 갈등과 의료정책 혼선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의료계와 국민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붉은 말띠 해를 언급한 그는 정체된 의료 환경을 돌파해 의료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를 두고 의대 정원 확대, 교육·수련 체계 불안, 갈등 심화로 의료계와 국민 모두 깊은 상처를 입은 시기로 규정하며, 의대생들의 복귀로 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 시작됐음에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최근 논의 중인 여러 의료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성분명 처방 강제 추진과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기기 사용 허용 시도, 검체·검사 수탁제도 개편 등이 의료의 본질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나 접근성 개선을 명분으로 제시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진료 책임 구조, 검사 품질 관리, 환자 안전성과 직결된 제도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성분명 처방은 처방과 조제 사이의 의사결정 권한 배분, 약가와 제네릭 경쟁구도, 처방지원시스템과 같은 헬스 IT 인프라 설계와도 맞물려 있어, 디지털 기반 약제 관리 체계 재편 논쟁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그는 의료정책의 방향 수립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참여와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환자의 치료 경험과 의료진의 책임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계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동시에,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의료전문단체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통합돌봄,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새로운 수가·보상체계 설계에서 서울시의사회가 직접 설계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시의사회가 제시한 4대 핵심 과제는 통합돌봄 정책, 서울시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정책 추진, 국민과 의료계 간 신뢰 회복, 지속 가능한 의료정책 구축이다. 여기에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하는 지역 기반 통합돌봄 체계, 디지털 헬스·원격 모니터링과 연계 가능한 일차의료 강화, 의정 갈등으로 떨어진 의료 신뢰의 재구축, 재정·인력·규제 측면에서 현실성이 확보된 중장기 의료정책 설계가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특히 올해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이 거주지에서 의료돌봄서비스를 받는 통합돌봄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합돌봄은 방문진료, 간호, 재활, 복지서비스를 하나의 연속선으로 묶는 것이 핵심인데, 실제 운용 단계에서는 가정용 의료기기,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모바일 건강관리 앱 등 IT 인프라와도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 제도가 의료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한 형태로 정착하도록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일차의료가 지역 돌봄의 중심축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는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재택 모니터링, 돌봄 연계 플랫폼이 서울 지역에서 어떤 구조로 자리 잡을지에 대해 의사회가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서울시와의 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황 회장은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서울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준비 중인 각종 공공의료, 감염병 대응,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에 의료계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현장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임상현장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공공 보건 플랫폼 고도화, 응급·재난의료 네트워크 강화와 같은 IT·바이오 기반 사업에서 의사회가 핵심 이해당사자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의정 갈등으로 벌어진 국민과 의료진의 거리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장기간 이어진 파업, 수가·정원 갈등, 의료정책 대립 과정에서 국민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황 회장은 의료계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며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향후 빅데이터 활용,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 디지털 치료제 등 민감한 데이터 활용이 수반되는 IT·바이오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신뢰를 재구축하는 전제가 될 수 있다. 환자와 시민이 데이터 제공과 새로운 진료 방식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설명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분명히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방향을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적 판단을 토대로 정책 방향을 검증하고, 필요시 대안을 제시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성분명 처방,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기기 사용, 검체 수탁제도 개편뿐 아니라, 앞으로 본격화될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인공지능,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공공·민간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IT·바이오 융합 의제가 포함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사회가 제시한 신년 기조가 향후 정부와 서울시의 보건의료·디지털 헬스 전략 수립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은 의료기관 밀집도와 디지털 인프라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인 만큼, 통합돌봄과 의료데이터 기반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전국 확산의 기준이 되기 쉽다. 서울시의사회가 통합돌봄과 일차의료 강화를 내세우며 의료 신뢰 회복에 나선 만큼, 정책과 현장, 디지털 기술과 의료 윤리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산업계와 의료계, 정부와 지자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지, 디지털 전환 속도만큼 제도와 신뢰 회복이 따라갈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