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영상진단 플랫폼 확대…동국생명과학, 캐논 메디칼과 맞손
AI 기술과 결합한 의료 영상 진단 장비가 국내 병원 시장에서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영제 중심의 영상 진단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동국생명과학이 글로벌 영상 장비 기업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와 손잡고 장비 공급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확장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국내 영상의학 장비 유통 구조와 정밀 의료 구현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20일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와 국내 의료 영상 진단 장비 판매 및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한 영상 진단 전문 기업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하드웨어 장비와 약제,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솔루션 사업자로 외연을 넓히게 됐다.

협약에 따라 동국생명과학은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캐논사의 주요 영상진단장비에 대한 공식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대상 장비는 전신 촬영과 고해상도 횡단면 영상을 제공하는 CT, 뇌신경과 근골격계 등 정밀 촬영에 쓰이는 MRI, 심장과 혈관, 복부 장기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초음파 등이다. 동국생명과학은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장비 공급과 설치, 기술 지원, 유지보수까지 전 주기 서비스를 담당한다.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가 강점을 가진 기술은 AI 영상 재구성, 저선량 촬영, 미세혈류 영상 솔루션이다. AI 영상 재구성 기술은 방사선 노출량을 낮춘 상태에서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으로 노이즈를 줄이고 해상도를 끌어올려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동일 장비에서도 더 높은 진단 품질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기존 필터 기반 재구성 대비 세부 구조 표현력이 향상돼 미세 병변 탐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저선량 촬영 기술은 환자가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을 때 누적 방사선량을 줄이는 데 핵심이다. 소아나 암 환자처럼 여러 차례 CT를 촬영해야 하는 집단에서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단 프로토콜을 설계할 수 있다. 미세혈류 영상 기술은 기존 도플러 초음파에서 잡음으로 처리되던 저속 혈류를 영상으로 분리해 내는 방식으로, 종양 주변 신생혈관이나 만성 질환 부위의 혈류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이번 파트너십은 동국생명과학이 보유한 조영제와 영상 판독 데이터, 병원 네트워크에 캐논의 AI 영상 엔진과 하드웨어 라인업을 결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영제 투여량과 촬영 조건, 영상 재구성 알고리즘을 통합 관리하면 검사 효율과 진단 재현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추후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AI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학습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영상의학 시장에서는 장비, 조영제,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단일 파트너사를 통해 조영제 구매에서 장비 도입, 설치와 사후관리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장비별 인터페이스와 영상 포맷, 프로토콜을 표준화하면 검사 흐름과 판독 워크플로 효율도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중소병원과 지역의료기관은 독자적으로 글로벌 업체와 직접 협상하기보다 국내 파트너를 통한 패키지 도입이 재무·운영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이번 제휴의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진단 장비 시장에서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AI 재구성, 저선량, 고해상도 영상 기술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메이저 장비사가 AI 판독보조 솔루션 업체와 연계해 플랫폼 락인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가 동국생명과학과 협력해 국내 유통과 서비스 기반을 확장하면서, 국내 영상장비 유통사와 경쟁 구도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력의 규제 측면에서 CT와 MRI, 초음파 장비 자체는 의료기기로서 이미 허가 체계가 정립돼 있지만, 장비에 탑재되는 AI 영상 재구성 기능과 향후 연계될 수 있는 AI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심사를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양사는 국내 규제 기준에 맞춘 기능 적용 범위와 업데이트 전략을 병행해 갈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협력이 글로벌 기술력과 국내 전문성이 결합된 시너지 모델이라고 강조하면서, 회사가 지향해온 AI 기반 정밀 의료 비전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영상 장비와 조영제, AI 소프트웨어를 엮는 통합 플랫폼이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실제 임상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국생명과학과 캐논 메디칼시스템즈 코리아의 파트너십이 병원 현장의 장비 도입 전략과 서비스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정밀 의료를 향한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장비와 데이터, 제도 요건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사업 모델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