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 엔허투, 재발 위험 반감”…아스트라, HER2 조기 유방암 치료 지형 바꾼다
항체약물접합체 기술이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엔허투'는 HER2(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재발 위험과 사망 위험을 기존 치료 대비 크게 줄이며, 치료 성과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유방암 치료 전략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학술대회(EMSO 2025)에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엔허투는 고위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군에서 표준 치료법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과 비교해 재발률 감소, 생존기간 연장, 그리고 잠재적 완치 가능성까지 입증했다.

임상 'DESTINY-Breast 05' 연구에 따르면, 수술 전 보조요법 이후 침습적 잔존 병변이 남은 환자에게 투여된 엔허투는 수술 가능 여부, 호르몬 수용체 상태, 림프절 전이 등 다양한 조건에서 모두 T-DM1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특히 임상 주요 지표인 침습적무질병생존율(IDFS)에서 엔허투 투약군은 3년 기준 92.4%, T-DM1 투약군은 83.7%를 기록했다. 암 재발이나 사망 위험을 53% 줄이는 결과다. 무질병생존율(DFS) 또한 모든 형태의 재발과 사망 위험을 동등하게 53% 낮추는 등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또한 DESTINY-Breast11 연구에서는 엔허투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 대비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유의미하게 높였다. 엔허투 투여군의 완전관해율은 67.3%에 달해, 기존 병용요법에서 절반 이상이 관해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동시에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은 18% 낮춰 독성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였다.
이러한 성과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특히 고위험군에서 치료 대안이 부족했던 임상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의의가 크다. 엔허투는 기존 표준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개별 특성과 무관하게 일관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치료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주요 암 센터에서 경쟁 신약 연구가 연달아 진행 중이며, 각국 의약 규제기관은 데이터 기반 혁신 신약에 대해 신속심사 등 제도적 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신약 승인 및 보험 적용, 가격 결정 등 상용화 진입 장벽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엔허투의 임상 결과가 HER2 표적항암 치료의 포트폴리오 확장과 맞춤형 치료 확산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엔허투가 기존 표준요법에 비해 향상된 생존율, 낮은 독성, 높은 관해율을 모두 잡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조기 유방암에서도 관리 가능한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항체 기반 바이오 신약의 조기 유방암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지, 그리고 실제 임상·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추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