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완 기능이 삶의 질 좌우”…서울아산병원, 환자 맞춤 치료 전략 주목

심장 이완 기능이 심부전 환자의 삶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표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이 미국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과 공동으로 환자 400여 명을 장기간 분석한 결과, 심장의 이완 기능 회복이 신체 활동성과 사회적 제한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분야 초음파 진단의 임상적 가치와 산업적 파급력이 다시 조명되는 대목이다.

이사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 406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약물치료 전후에 심장초음파 지표와 삶의 질 변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기존의 심장 기능 평가 방식과 달리, 이번 연구는 승모판륜 속도, 중격 E/e' 비율 등 이완 기능 지표와 '캔자스시티 심근병증 설문지'를 결합했다. 약물치료는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에날라프릴로 등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최신 치료제가 동원됐다.

연구 결과 승모판륜 속도(e')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신체활동 제한이 2.4~2.7점, 사회적 제한이 3.4~3.6점, 삶의 만족도가 2.3~2.4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좌심실 압력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삶의 질 지표가 역시 개선됐고, 반대로 좌심방 크기가 증가하면 신체적·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만족도도 하락했다. 흥미롭게도 좌심실 수축 기능과 삶의 질의 직접적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번 결과를 기존 진단·치료 모형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심부전 환자 관리의 초점이 영상장비 기반의 정밀 진단, 기능적 지표 중심 맞춤 치료로 재편되는 추세다. 고령화와 만성심부전 환자 증가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제조·서비스 융합형으로 이동 중이다. 현장 의사와 의료 기업의 협업, 진단기기 신기술 도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과 공동 연구기관에서는 정밀 초음파 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료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연구성과를 기점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기기, 진단 기반 신약시장 등 연관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심장초음파 기술 국산화, 관련 의료기기 수출 확대도 정책 우선과제로 부상했다.

의료 현장에선 “현장 중심 영상진단-치료 연계로 환자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실제 임상 적용 단계에서의 비용 부담·데이터 표준화 등 현실적 한계도 지적된다. 이사민 교수는 “심장초음파가 단순 진단을 넘어 환자 삶의 질 예측·개선에 핵심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정밀 진단 기반의 환자별 맞춤 치료체계 고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가 국내 의료산업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 성장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과 의료 현장의 기술 도입 속도 차, 시장 활성화 방향성 등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