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과 손잡은 인벤티지랩 장기지속형 주사제 상용화 가속
미세유체 기반 약물전달 플랫폼이 글로벌 제약과의 협업을 통해 상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 인벤티지랩이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추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장기지속형 제형 플랫폼의 기술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보며, 대형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21일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신약 물질을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로 개발하기 위한 추가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벤티지랩의 미세유체 제형화 플랫폼 기술 IVL DrugFluidic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베링거인겔하임이 보유한 새로운 펩타이드 후보물질에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추가 계약은 2023년 9월 체결된 1차 공동연구의 성과를 전제로 한다. 당시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 기반 제형화 공정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의 특정 펩타이드 물질을 안정적이고 균질한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약효 지속성, 체내 방출 속도 제어 등 핵심 약동학 지표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 기준을 충족하는 긍정적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IVL DrugFluidic은 미세유체 공정으로 약물과 고분자 재료를 정밀하게 혼합해 미립자 형태의 제형을 만드는 플랫폼 기술로 알려져 있다. 기존 벌크 혼합 방식 대비 유체 흐름과 입자 크기를 미세 단위로 제어해 입자 크기 분포를 좁히고, 약물의 방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점이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이 접근법은 주사 1회로 수 주 혹은 수개월 동안 약효를 유지하는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는 주사 빈도를 줄여 환자 순응도를 높이고, 약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부작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대사질환, 만성질환 분야에서 수요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 비만 치료제 등이 대형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았으며, 제형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벤티지랩의 기술은 이러한 시장에서 제형 전문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추가 계약으로 베링거인겔하임은 또 다른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에 IVL DrugFluidic 기술을 적용해 제형 옵션을 확대하게 됐다. 성공 시 해당 약물의 임상 개발 단계에서 장기지속형 제형을 초기 전략에 포함시킬 수 있어, 개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인벤티지랩 입장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의 서로 다른 펩타이드 물질에 기술을 반복 검증받는 셈이어서 플랫폼 범용성 입증에 유리한 구조다.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는 추가 계약이 베링거인겔하임의 선제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단기간 내 사업화 성과를 구체화하고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의 글로벌 상용화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후속 단계에서 기술료 기반 라이선스 계약, 공동 개발 및 상업화 계약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본다.
인벤티지랩은 IVL DrugFluidic을 포함해 유전자 치료제용 제형 플랫폼 IVL GeneFluidic, 경구용 펩타이드 제형 플랫폼 IVL PePOFluidic, 바이오의약품 피하주사 제형용 IVL BioFluidic 등 미세유체 기반 제형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유전자 치료제 전달체, 경구용 펩타이드 및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의 피하 투여 제형 개발을 병행하며 글로벌 제형 기술 파트너로의 입지를 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각 플랫폼이 글로벌 제약사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될 경우 마일스톤, 로열티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실제 매출 발생까지는 비임상, 임상 개발, 규제 승인 등 다단계 검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규제 측면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지속형 제형의 안전성, 주사 부위 반응, 약물 방출 패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더욱 정교해지는 추세여서, 공정 재현성과 품질 관리 역량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연속 계약 체결을 국내 약물전달 기술의 경쟁력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실제 승인 품목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기술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인벤티지랩과 베링거인겔하임의 후속 연구가 상업적 성과로 연결될지, 그리고 장기지속형 제형 시장 내 한국 기술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