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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품질은 우수했다…VOD 광고는 더 길어졌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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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서비스 품질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다시보기 VOD 광고 노출 부담은 지난해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체감품질과 채널 전환 속도, 셋톱박스 반응 속도 등 핵심 품질 지표는 국제 기준으로도 ‘우수’ 수준에 근접했지만, 유료와 무료를 막론하고 VOD 광고 횟수와 시간이 모두 늘어나면서 이용자의 시청 경험을 해치는 요인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간 가입자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광고 수익 확대 전략이 품질 만족도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으로 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올해 유료방송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평가 대상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IPTV, 종합유선방송 SO, 위성방송 등 18개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전반이다. 채널 전환시간, VOD 광고 횟수와 시간 등 계량지표와 함께 영상 체감품질, 콘텐츠 만족도, 정보 탐색 편의성 등 이용자 체감 중심의 정성 지표를 함께 측정했다. 다만 올해 설문 문항이 전면 개편되면서 일부 항목에 대해 전년과 직접적인 추이 비교는 어렵다고 평가 기관은 설명했다.

영상 체감품질은 이용자 평가단 2116명이 뉴스, 드라마, 스포츠 3종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면서 끊김이나 멈춤, 화면 깨짐 등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측정됐다. 그 결과 5점 만점에 전체 평균 4.6점을 기록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 ITU 기준에서 이용자가 느끼는 영상 품질 수준이 4점 이상이면 ‘좋음’ 등급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유료방송의 전송 품질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셈이다.

 

서비스 이용 과정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비교적 양호했다. 유료방송 가입과 설치, 일상적인 이용, 사후서비스 AS, 상품 변경과 해지 등 단계에서 이용자가 느끼는 안정성, 고객 응대 품질, 기능 이용 편의성, 종합 만족도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 평균 64.9점으로 집계됐다. 가입과 설치, 고장 접수, 요금 문의 등 고객 접점이 많은 영역에서의 대응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콘텐츠 차원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다. 콘텐츠 다양성과 최신성, 차별성, VOD 비용의 합리성, 광고 시간의 적정성, 이용 편의성을 묻는 콘텐츠 만족도 및 다양성 항목에서는 전체 평균 59.4점에 그쳤다. 채널·프로그램 구성 자체는 무난하지만, 독점·오리지널 콘텐츠 비중과 VOD 가격·광고 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화면 품질보다는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체감 만족도를 좌우하는 만큼, 향후 사업자 간 경쟁 축이 콘텐츠와 요금제, 광고 설계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정보 탐색 편의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전체 평균 63.3점을 기록했다. 실시간 방송 시청 중 채널 정보 확인 및 편성표 탐색, VOD 콘텐츠 검색 시 결과의 정확도와 노출 방식 등을 종합 반영한 점수다. 세부적으로는 채널 정보 탐색 만족도가 64.2점으로, VOD 콘텐츠 탐색 만족도 62.3점보다 소폭 높았다. 이는 전통적인 채널 기반 시청 행태에 맞춰 인터페이스가 최적화돼 온 반면, 장르·배우·키워드 기반 VOD 검색 환경은 글로벌 OTT에 비해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시장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셋톱박스 작동 속도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일정 수준 이상을 지켰다. 셋톱박스 시작시간은 전체 평균 2.96초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최소 시작시간 평균은 2.52초, 최대 시작시간 평균은 4.20초로 측정됐다. 전원을 켰을 때 초기 부팅과 UI 로딩에 걸리는 시간이 수 초 이내로 관리되고 있어, OTT 셋톱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채널 전환 속도는 오히려 개선됐다. 채널 시청 중 리모컨으로 채널을 변경했을 때 새로운 채널이 화면에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은 전체 평균 1.27초로, 전년 1.45초 대비 짧아졌다. 인접 채널 간 전환시간은 평균 1.07초, 비인접 채널 간 전환시간은 1.49초로 조사돼 물리적으로 떨어진 채널로 이동할 때 지연시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 채널 전환 최소 시간은 평균 0.74초, 최대 시간은 2.76초 수준이었다. 멀티캐스트 전송 구조와 네트워크 지연을 줄이기 위한 캐시·버퍼링 최적화가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청자의 체감 부담이 커지는 구간은 VOD 광고였다. 유료 VOD 한 편당 평균 광고 횟수는 올해 0.53회로, 전년 0.37회보다 0.16회 늘어났다. 무료 VOD의 경우 평균 광고 횟수는 1.59회로 유료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무료 VOD는 대부분 광고 기반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광고 노출은 불가피하지만, 유료 VOD에서도 광고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는 이용자 불만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광고 길이도 늘었다. 유료 VOD 한 편당 평균 광고 시간은 올해 15.29초로, 전년 9.97초보다 5.32초 증가했다. 무료 VOD는 편당 평균 광고 시간이 75.95초로, 유료 VOD보다 약 5배 길었다. 글로벌 OTT들이 건너뛰기 기능이 가능한 10~15초 단위 숏폼 광고와 타깃 광고를 결합하는 흐름인 것과 달리, 국내 유료방송 VOD 광고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고정 노출되는 방식이 주류다. 업계에서는 광고 시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시청 이탈과 서비스 해지로 이어질 수 있어, 방송·통신 융합 시장에서 광고 정책이 핵심 경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방송통신 품질 규제 차원뿐 아니라, 통신사 중심의 IPTV와 케이블 SO, 위성사업자 간 경쟁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OTT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은 고정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 재편과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광고 노출이 과도해질 경우 품질 지표가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이용자 체감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익 극대화와 이용자 경험 개선 간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이용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품질평가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평가 항목 고도화와 더불어, VOD 광고 정책과 콘텐츠 요금 구조 등 이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산업계는 영상 품질과 전송 기술 경쟁을 넘어, 광고와 데이터, 이용자 경험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전략이 유료방송 산업의 다음 분기점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술 성능뿐 아니라 서비스 구조와 규제, 이용자 권리 보호가 함께 조정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가 열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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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유료방송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