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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중독 패턴 본다"…식약처, 마약 재활체계 고도화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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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중독 관리가 병원과 상담실을 넘어 공공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축으로 재편되는 흐름에서, 국가 차원의 예방·재활 인프라 확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 인증제도를 기반으로 현장 전문가 풀을 넓히면서, 향후 인공지능 기반 중독 위험 예측, 디지털 치료제와의 연계 등 IT·바이오 융합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공공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중독 대응 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 인프라 확충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 인증제도를 통해 올해 인증을 취득한 94명에게 식약처장 인증서를 수여했다. 인증서 수여식은 10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렸으며, 급변하는 마약류 범죄·유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력 양성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예방교육강사 49명, 사회재활상담사 45명으로 구성된 이번 인증 인력은 교정청, 해군본부, 소방재난본부, 학교, 보건소, 사회복지기관, 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 배치돼 예방에서 재활까지 연계하는 전문 대응체계를 뒷받침하게 된다.  

식약처장 인증 예방교육강사는 학교, 군부대, 공공기관 등에서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 계도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검거·투약 패턴과 신규 합성물질 동향까지 반영한 교육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과 장병, 공공기관 종사자 등 대상별 취약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중독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의 개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사회재활상담사는 전남 함께한걸음센터 등에서 진행되는 재활 교육, 중독 상담, 직업·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동시에 보호관찰소, 교도소 등 교정 현장에서도 활동하며 재범 예방과 사회 복귀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의료진이 제공하는 약물 치료와 병행해 심리 상담, 가족 중재, 사회 적응 훈련을 담당하는 등 마약류 예방과 재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인력 인증제는 제도 운영의 공정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원화된 위탁 구조로 운영 중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예방·재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맡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평가와 인증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과 인증을 분리해 이해 상충을 줄이고 평가 신뢰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향후 디지털 교육 플랫폼과 온라인 평가 시스템 도입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인증을 취득한 예방강사와 사회재활상담사가 현장에서 축적한 활동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세션도 진행됐다. 학교 기반 예방 프로그램, 군부대 내 반복 상담 모델, 교정시설 출소자 대상 단계별 재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례가 논의됐으며, 이를 통해 인증 전문인력 간 경험 교류를 촉진하고 교육 콘텐츠와 상담 기법을 고도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식약처는 최근 중독 관리 정책에서 IT·바이오 기술 접목을 확대하는 방향도 병행하고 있다. 재활 상담 과정에서 축적되는 익명화 데이터를 분석해 재발 위험 시그널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한 고위험군 조기 경고 체계 구축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중독 패턴을 시계열로 분석하면, 특정 연령대나 직군에서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과 환경 요인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예방 교육의 타깃 설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치료제와 중독 관리 플랫폼이 결합하는 흐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행동 중독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가 FDA 허가를 받고 보험 체계에 편입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앱을 연계해 환자의 수면 패턴, 심박수, 위치 정보 등을 분석해 재발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신건강 분야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마약류 중독 재활 영역까지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독 관련 공공 데이터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간 균형 문제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중독 치료와 재활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건강정보와 범죄 이력이 결합될 수 있어 고위험 데이터로 분류된다. 향후 마약류 관리와 관련된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가명·익명 처리 기술과 안전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재활 상담 데이터의 공공 연구 활용 여부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강백원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문제가 사회 전반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예방교육과 재활 상담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잘못된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주변의 위험 신호를 살피고 돕는 공동체 의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 함께한걸음센터장은 식약처장 인증 사회재활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은 내담자 다수가 상담사의 전문성과 공감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하며, 더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인증 전문인력으로 합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마약류 예방·재활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예방부터 재활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환경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과 의료, IT 기업이 참여하는 중독 관리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디지털 치료 인프라 연동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인력 인증 확대가 디지털 기반 중독 관리 생태계 조성의 첫 단계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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