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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낭종, 대부분 양성”…경과 관찰이 표준 관리법 부각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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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보급이 확대되면서 초음파나 CT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신장 낭종 사례가 늘고 있다. 결과지에 적힌 신장 낭종이라는 표현만 보고 신장 기능 저하나 투석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상당수 낭종은 단순 낭종으로, 신기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아 정기적인 관찰만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반면 유전적 요인과 연관된 상염색체우성 다낭성 신증 같은 질환은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영상 검사와 신기능 평가를 통한 구분과 장기 추적이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신장 낭종은 17일 기준 신장 실질 조직 내에 액체가 고여 형성되는 물혹을 뜻한다. 선천성과 후천성 형태가 모두 보고되며 단순 신낭종과 낭종성 신장암 등으로 구분된다. 건강검진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형태는 단순 신낭종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염증이나 종양성 변화가 동반되지 않은 양성 병변이다. 발생 원인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히 상염색체우성 유전 다낭성 신증은 일반적인 단순 낭종과 전혀 다른 질환으로 분류된다. 이 질환에서는 신장과 간을 포함한 여러 장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낭종이 생기고, 개별 낭종이 서서히 커지면서 정상 신장 조직을 압박한다. 그 결과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신기능이 감소하고 상당수 환자가 만성 신부전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군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단순 신낭종은 발견 당시 자각 증상이 없다. 크기가 작을 때는 주변 장기를 누르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나 혈뇨 같은 이상 소견도 동반되지 않는다. 하지만 낭종이 점차 커져 신장을 둘러싼 조직이나 인접 장기를 압박하면 옆구리나 복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낭종 내부에 감염이 발생해 열과 통증,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압통이 동반되기도 하고, 상당히 커진 낭종이 파열되면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가 관찰되기도 한다.  

 

신기능 관점에서 보면 단순 낭종은 대부분 사구체 여과율 저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다낭성 신증에서는 다수의 낭종이 신장 실질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신장의 여과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소변 배출 경로가 좁아지며 신우가 늘어나는 수신증, 혈압 조절 이상으로 인한 신성 고혈압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혈액 검사, 영상 검사가 요구된다.  

 

치료 전략도 병변의 형태와 크기, 동반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 신낭종은 구조적 악성 소견이 없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환자에서 적극적인 시술 없이 정기적인 영상 검사로 크기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표준 관리로 여겨진다. 반대로 크기가 크게 자라 옆구리 통증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을 유발할 경우에는 개입이 고려된다. 대표적인 방법이 피부를 통해 신장이 위치한 옆구리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도관을 삽입해 낭종 내부 액체를 빼내는 경피적 배액술이다. 이후 같은 경로로 화학 약물을 주입해 낭종벽을 서로 달라붙게 만드는 유착술을 시행해 재팽창을 줄이는 방식도 사용된다.  

 

영상 검사에서 낭종의 내부 구조가 불균일하거나 벽이 두껍고 결절성 구조가 관찰되는 등 낭종성 신장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경우에는 악성 종양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부분 절제나 전적출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의료진은 크기만을 근거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통증, 감염, 혈뇨 같은 합병증 발생 여부와 영상 소견상의 악성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다낭성 신증은 유전 질환 특성상 병변이 신장의 상당 부위를 차지하게 되며, 낭종이 커지면서 주변 조직을 눌러 수신증이나 신성 고혈압 등 추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혈압 조절, 수분 및 전해질 관리, 단백질 섭취 조절 등 만성 신질환 관리 원칙과 더불어 낭종 크기와 신기능 저하 속도를 고려한 맞춤 관리가 중요하다. 유전자 검사와 가족력 확인을 통해 조기 단계에서 환자를 찾아내면, 신기능이 비교적 보존된 시점부터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번 생긴 신장 낭종은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 경피적 흡인이나 수술적 제거를 받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부위나 다른 부위에 낭종이 다시 생기는 재발 사례도 보고된다. 다만 재발 그 자체가 곧바로 신부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영상 소견과 신기능, 증상 유무를 바탕으로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의료계에서는 건강검진에서 신장 낭종이 발견된 경우 낭종의 수와 크기, 모양, 가족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단순 낭종과 유전성 다낭성 신증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신기능 검사와 혈압 측정, 정기적인 영상 추적을 통해 위험군을 선별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는 동시에 악성 변화와 만성 신부전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물론 의료계 전반에서 영상 진단 기술과 정밀의료 도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신장 낭종 환자 관리 전략이 어떻게 진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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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낭종#다낭성신증#만성신부전